미국 대신 이란과 협상하는 유럽, 이란은 웃고 있다
- Charles K

-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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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지평선 위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흔히 전면전의 전조로 해석되나, 최근 전개되는 지정학적 지형도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 그 이상의 복잡한 셈법을 드러낸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안정과 에너지 수송 재개를 위해 이란과 직접적인 협상에 나섰다는 보도는 현 정세가 무력 대결에서 실리 위주의 외교·경제전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단편적인 시도를 넘어 서방 내부의 전략적 균열과 이란의 교묘한 레버리지 활용,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결합되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금융 질서의 탄생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이러한 유럽의 행보 이면에는 뼈아픈 현실적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유럽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핵심 요충지이며, 여기에 카타르발 LNG 수송망까지 고려하면 해협의 불안정은 곧 유럽 에너지 안보의 붕괴를 의미한다.
전쟁이 장기화되어 수송로가 차단될 경우 산업용 에너지 가격의 폭등과 이로 인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유럽 사회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릴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 된다. 따라서 유럽은 전쟁의 확대보다 에너지 흐름의 복구를 우선시하는 현실주의적 접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서방 진영 내부의 전략적 우선순위는 미묘하게 분화된다.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동의 전략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목표를 가진다면, 유럽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최근 영국이 미국의 이란 미사일 공격 참여 요청을 거부한 사례는 이러한 균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국은 안보적으로는 미국의 핵심 동맹이나 경제적으로는 해상 운송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으며, 결국 같은 진영 안에서도 각자의 경제적 셈법에 따라 확전 방지라는 카드를 꺼내 든다.

이처럼 서방의 분열과 협상 의지는 역설적으로 이란에게 강력한 전략적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란은 실질적인 제재 완화 효과를 누린다. 공식적인 제재 해제가 없더라도 유럽이 해협 통행을 위해 협상에 임한다는 것은 보험, 결제, 운송과 같은 핵심 금융 장벽을 일정 부분 완화할 가능성을 내포하며, 이는 이란 경제에 절실한 외화 유입의 통로가 된다.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던 이란이 '협상 가능한 파트너'로 복귀하는 것은 하메네이 사후 권력 승계라는 민감한 시기에 신규 지도부의 정치적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효과를 낳는다.
이란이 쥐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지점은 이제 군사적 무기를 넘어 에너지 시장의 가격과 비용을 통제하는 강력한 경제적 무기가 된다.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더라도 통행의 불안정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란은 글로벌 유가와 운송 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해군이 해협 호위에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임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해협의 긴장을 일정 수준 유지하여 중동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고도의 전략적 계산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복잡한 지정학적 수싸움은 자본 시장, 특히 가상자산 시장에서 독특한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자금의 흐름을 바꾼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고 법정화폐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체감될수록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인 달러를 찾게 되며,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달러 가치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이 급증한다.
테더(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코인 발행 대가로 받은 달러로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함에 따라, 중동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하고 크립토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구조는 단순한 전쟁의 문제를 넘어 에너지와 외교, 그리고 금융이 얽힌 거대한 협상의 국면으로 이동 중이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으로 협상력을 만들고 유럽은 에너지 현실주의로 시장 충격을 방어하며 이란은 그 사이에서 전략적 요충지를 이용해 외교적·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급된 풍부한 디지털 유동성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대표 자산의 가격을 지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우리는 이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떻게 에너지 안보를 흔들고 그것이 다시 자본의 흐름으로 치환되어 새로운 경제 질서를 형성하는지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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