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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비트코인의 이상한 디커플링: 왜 지금은 갈라지는가?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바로 금과 비트코인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다. 금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질주하고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인플레이션 방어 심리 때문이 아니다. 미·중 패권 전쟁,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운, 그리고 미국의 금융 제재가 만들어낸 '지정학적 공포'가 금을 밀어 올리는 진짜 동력이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금과 함께 '디지털 대안 자산'으로 불리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이 흐름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금은 오르는데, 비트코인은 침묵하고 있다. 이 괴리는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에 묶인 자산'이 가지는 독특한 가격 결정 공식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론 1: 국가의 선택, "미국이 건드릴 수 없는 자산을 달라"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은 바로 '통제권'이다. 금은 명백한 '체제 밖(Off-System)' 자산이다.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제재를 가해도, 러시아나 중국의 지하 창고에 있는 금괴를 동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미국 중심의 질서에 도전하거나 미국의 제재를 두려워하는 국가들에게 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반면, 미국 제도권 금융(ETF, 수탁)에 이미 편입된 비트코인은 이들 국가 입장에서 안보상 위험 자산일 뿐이다.


본론 2: 개인의 선택, "살기 위해 비트코인을 산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을 발견하게 된다. 국가는 비트코인을 버렸지만, 그 나라의 개인(Individual)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란과 같은 제재 국가의 온체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때 개인 지갑으로의 비트코인 출금량이 급증하는 현상이 목격된다. 자국 화폐의 붕괴를 목격한 개인들이 생존을 위해 '디지털 피난처'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개인들의 수요가 비트코인 가격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자금의 종착지가 결국 '달러'이기 때문이다. 이란이나 남미의 개인들은 비트코인을 잠시 거쳐 갈 뿐, 최종적으로는 변동성이 적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USDT, USDC)으로 자산을 바꾼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묘한 승리라 할 수 있다. 적국의 국민들이 자국 화폐를 버리고(자본 유출), 결국 미국 국채가 담보하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즉, 개인들의 비트코인 수요는 존재하지만, 이는 거시적으로 볼 때 '반미(Anti-US) 수요'가 아니라 '미국 달러 시스템으로의 투항'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독립된 자산이 아니라 달러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본론 3: 패권 자산의 법칙, "애매한 자산에는 돈이 모이지 않는다"

개인의 생존 자금은 유입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거대 자본(Smart Money)이 비트코인으로 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비트코인이 현재 '가장 애매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를 흔들고 있지만, "미국 말고 대안은 없다"는 것을 모든 영역에서 증명하지 못한 지금, 글로벌 자금은 정확히 세 갈래로 나뉜다.


  1. 확신 자금은 '나스닥'으로 간다. 미국의 빅테크, AI, 반도체는 대체재가 없다. 이는 미국 패권이 완벽하게 증명된 영역이다. 그래서 "미국이 최고다"라고 믿는 자금은 나스닥으로 쏠린다.

  2. 불신 자금은 '금'으로 간다. 미국의 제재가 두렵거나 미국 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자금은 체제 밖 자산인 금과 은을 선택한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대피처이기 때문이다.

  3. 문제는 남는 자금, 즉 '애매한 자산'이다. 나스닥도 아니고 금도 아닌, 이 중간 지대에 있는 자금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비트코인은 미국 시스템에 묶여 있어 헤지(Hedge) 수단으로는 금보다 못하고, 미국 정부가 "이게 우리의 미래다"라고 공식 선언하지 않았기에 나스닥처럼 무조건 믿고 살 수도 없다. 대체 불가능하지도 않고, 회피 대상도 아니며, 필수 자산도 아닌 상태. 이것이 지금 비트코인이 멈춰있는 진짜 이유다. 남는 자금은 애매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본론 4: 상승의 조건, "미국의 공식 지지"

그렇다면 이러한 애매한 상황은 과연 언제 해소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미국에 묶인 자산'으로서 가치를 폭발시킬 조건은 단 하나다. 미국이 압도적인 힘으로 이 자산들을 '전략 자산'이라고 선언할 때다.


여기서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같은 법안이 본질적인 열쇠가 된다. 이 법안들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상품(Commodity)이며, 이더리움은 합법적 금융 인프라다. 그리고 이 자산들은 미국이 책임진다"라고 전 세계에 공표하는 정체성(Identity)의 선언이다.


미국이 이 선언을 하는 순간, 시장의 공식은 바뀐다. "미국 말고 대안 없다"는 확신이 디지털 자산 시장까지 확장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반미 성향의 자금은 금에 남겠지만, 미국의 패권을 추종하는 거대 자본과 미래에 베팅하는 유동성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거대하게 이동할 것이다.


결론: 비트코인은 혼란이 아닌 질서의 편이다

결론적으로 금과 가상자산의 괴리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다. 각 자산의 지정학적 위치가 명확해진 결과다. 금은 미국이 흔들릴 때 오르는 '체제 밖의 자산'이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미국이 "우리가 통제하고 책임진다"고 선언할 때 비로소 오르는 '패권 자산'이다.


지금 미국은 유동성 위기와 채권 시장의 안정을 위해 새로운 담보물이 필요해지는 시점으로 가고 있다. 바로 그 순간, 미국은 '애매한 자산'이었던 비트코인에 '패권'이라는 옷을 입힐 것이다. 비트코인은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그 결정적인 선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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