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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전쟁이 거드는 AI 성장, 그러나 진짜 위기는 중앙은행에서 온다

서론: 전쟁의 바이어(Buyer)는 타협하지 않는다

전쟁 산업이 인류가 영위하는 다른 모든 비즈니스와 구분되는 결정적인 차이점은 단 하나다. 전쟁 물자의 구매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개인'이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오직 '국가(State)'라는 사실이다.


민간 시장의 논리는 단순하고 냉정하다. 가격이 비싸면 수요가 줄어들고,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시장에서 철수한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 이후 시장 경제를 지배해 온 '보이지 않는 손'의 원칙이다.


그러나 전쟁은 다르다. 전쟁은 '비용 대비 효용'을 따지는 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와 체제의 '생존'이 걸린 영역이다.


일단 방아쇠가 당겨지면 후퇴는 불가능하다. 그 대가가 천문학적인 경제적 희생이든, 수만 명의 인명 손실이든, 혹은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든, 국가는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혹은 최소한 패배하여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무제한의 비용을 지불한다.


즉, 전쟁 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일하게 '가격 저항(Price Resistance)'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며, 수요의 하방 경직성이 강철처럼 단단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존망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미사일 가격이 10% 올랐으니 이번 달은 덜 쏘자"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절대적 수요는 전 세계적인 불황기에도 자본과 기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AI와 군수산업의 결합은 단순한 기술적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다. 전 세계의 갈 곳 잃은 잉여 자본과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기술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며 가격표를 보지 않는 구매처, 즉 '미국 안보'라는 시장을 향해 이동한 필연적인 결과다.


1. 미국의 미래 산업은 왜 전장(戰場)으로 향하는가


오늘날 미국의 혁신을 상징하며 나스닥과 S&P500을 견인하는 AI, 드론, 로보틱스, 우주 항공, 위성 통신 산업을 들여다보자. 표면적으로 이들은 자율주행이나 챗봇 등 민간의 삶을 바꾸는 기술 혁신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기술들이 가장 빠르고 거대하게 소비되며, 막대한 자본 투자가 집행되는 접점은 언제나 민간이 아닌 '안보' 영역이다.


과거의 전쟁이 화약과 철강의 물량전이었다면, 현대전은 데이터와 연산 능력(Compute)의 싸움이다.


▶️AI: 전장의 불확실성을 데이터로 실시간 계산하여 지휘관의 의사결정 속도(OODA Loop)를 비약적으로 높인다.


▶️드론: '병력 손실'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며, 값비싼 미사일을 대체한다.


▶️저궤도 위성: 전쟁의 공간을 대기권 밖으로 확장하여 지구 전역을 타격권에 둔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록히드마틴, RTX(구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과 같은 전통적인 방산 기업들은 점점 거대한 하드웨어 하청업체로 밀려나고 있다.


그 빈자리를 팔란티어(Palantir), 안두릴(Anduril), 스페이스X(SpaceX)와 같은 실리콘밸리 태생의 기업들이 채우며, 그들이야말로 새로운 '전쟁의 설계자(Architect)'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이 변화의 핵심은 기술의 진보 그 자체가 아니다. '수요의 주체'와 '성격'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과거에는 더 크고 강한 포탄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더 똑똑하고 연결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거대한 수요의 정점에는 여전히 미국 국방부(DoD)라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단일 조직이 버티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표면적으로는 "AI의 윤리"와 "인류의 평화"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펜타곤(Pentagon)과의 클라우드 계약과 AI 무기 개발에 사활을 거는 모순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AI 버블 논쟁의 본질: 기술이 아니라 '자본 회수'의 문제다


최근 월가와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AI 버블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 이 논쟁의 본질은 AI 기술이 과장되었느냐 아니냐 하는 기술적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그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금을 도대체 어디서, 얼마나 빨리 회수할 것인가"라는 철저한 '현금 흐름(Cash Flow)'의 문제다.


오픈AI(OpenAI)나 앤스로픽(Anthropic) 같은 기업들이 보여주는 기술적 진보는 분명 놀랍다. 그러나 수백조 원이 투입되는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과 엔비디아의 GPU 구매 비용을, 고작 월 20달러 수준의 민간 구독 모델이나 아직은 초기 단계인 기업용(B2B) 서비스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위 스타트업이 겪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 시가총액 수천 조 원짜리 AI 거대 기업들에게도 거대한 입을 벌리고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지점에서 빅테크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고, 투자가 위축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단순히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하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AI 기술 패권을 놓고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의 국가 경쟁력 자체가 붕괴하는 결과로 직결된다. 미국 입장에서 AI 생태계의 붕괴는 곧 달러 패권과 군사 패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민간 시장이 성숙하여 자연스럽게 수익이 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대신, 정부 스스로가 '최종 구매자(Buyer of Last Resort)'가 되어 이 거대한 기술 생태계를 지탱하기로 한 것이다.


국방, 정보기관, 공공 의료, 행정 시스템 전반에 AI를 강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하고, 기업들에게 현금을 주입하는 구조.


이것이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AI의 결합'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동기다.


3. 유동성의 새로운 혈관, 그리고 트럼프의 '큰 그림'


하지만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쟁을 수행하고, 전국적인 AI 인프라를 깔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하다. 연산 능력을 유지하고 전선을 확대하려면 끊임없는 유동성 공급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재정 상황이다. 이미 막대한 국가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나 전통적인 재정 정책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쟁-AI 복합체'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 국채를 더 찍어내자니 이자 비용이 감당이 안 되고, 세금을 더 걷자니 국민적 조세 저항이 거세다. 진퇴양난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


'부채의 절대량이 아닌 비율'이다.


경제학적으로 국가 부채가 얼마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다. 부채(분자)가 늘어나더라도, 성장(분모)이 더 빠르게 커진다면 부채 비율은 줄어든다.


즉, "성장(Growth)만 나온다면 빚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트럼프노믹스의 핵심 철학이다.


버블론의 핵심 역시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성장(수익)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정부가 긴축을 통해 부채를 줄일 생각이 없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성장의 폭을 극대화하기 위해


① 비용을 줄이거나,

② 성장을 위한 강제적 수요를 창출하면 된다.


▶️첫 번째 전략: 비용 절감 (금리 인하)


성장의 가장 큰 비용은 '이자'다. 트럼프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심지어 대통령의 권한으로 해임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수사라는 예외적 상황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리를 낮춰야만 정부의 이자 부담이 줄고,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되며, 명목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빅테크 기업뿐아니라 오일 회사들에게도 적용된다. 최근 쉐브론 같은 미국 오일 회사들은 베네수엘라에 투자를 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부정적으로 답했는데 이는 정치적 소요, 과거 투자 실패 경험 등이 이유였지만 숨어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사실 손익비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자본조달비용이 저렴하다면 수익성은 높아지고 결국 이런 회사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이들 회사의 투자가 오일 가격을 낮추며 이는 역시 물가를 낮추고 빅테크 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게 한 일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결국 이것은 단순한 '저금리 선호'가 아니라, 성장을 통한 부채 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두 번째 전략: 수요 창출 (전쟁의 상품화)


성장을 위한 가장 확실한 수요처는 앞서 말했듯 '전쟁'이다. 세계 곳곳에서 포성이 울릴수록, 각국은 안보 불안에 떨게 되고, 이는 곧 미국산 무기와 빅테크 기업의 최첨단 감시/정찰 시스템에 대한 주문으로 이어진다.


베네수엘라, 이란, 이스라엘, 러시아, 우크라이나, 쿠바, 태국 등 지정학적 화약고가 터지는 것은 미국에게 골치 아픈 일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불안할수록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고 외칠 때, 그 위대함의 기반에는 전 세계적인 갈등과 그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매출 증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전략(금리 인하 + 전쟁 수요)이 성공적으로 작동하여 성장이 나온다고 해도, 실탄(유동성)이 부족하면 모든 것이 멈춘다. 그래서 미국이 찾아낸 묘수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단순한 암호화폐 투기 수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스테이블 코인은 전 세계의 민간 유동성을 달러와 미 국채 시스템으로 빨아들이기 위해 새로 깐 '민영화된 금융 배관'이다.


테더(Tether)나 서클(Circle) 같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은 이용자가 코인을 구매할 때 지불한 달러를 담보로 보유해야 하는데, 이들이 담보로 가장 많이 사들이는 자산이 바로 '미국 단기 국채(T-bills)'다.


즉, 전 세계의 코인 투자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많이 쓸수록,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자동으로 늘어난다. 이는 연준이 돈을 찍어 국채를 사주지 않아도(QE 없이), 민간 시장에서 국채를 소화해 주는 기막힌 시스템이다.


비록 올해 당장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미국의 모든 부채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이를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 등을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유동성을 마르지 않게 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있다.


이것은 21세기판 '민영화된 양적완화'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4. 완벽해 보이는 설계도, 그러나 치명적인 '뇌관'


여기까지의 시나리오는 매우 정교하고 완벽해 보인다.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1.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 갈등과 전쟁은 미국 기업에게 마르지 않는 수요를 창출한다.


2. 국가는 안보를 명분으로 빅테크의 AI와 무기 체계를 대량 구매해 주며 성장을 견인한다.


3. 빅테크는 각 국 정부의 돈으로 혁신을 지속하며 기술 패권을 유지한다.


4. 이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자금은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새로운 금융 기법을 통해 전 세계 민간 자본에서 조달한다.


5. 늘어난 부채는 금리 인하와 명목 성장을 통해 비율을 관리한다.



이 거대한 '성장 순환 고리'는 미국이 21세기에도 패권을 유지하는 새로운 방정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거대한 구조물 전체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 즉 '아킬레스건'이 하나 숨어 있다. 바로 이 모든 시스템을 지탱하는 바닥 기초, '신뢰'다. 그중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신뢰'는 이 시스템의 생명줄과도 같다.


미국이 빚을 내서 전쟁을 하고 AI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미국 국채는 안전하다", "달러의 가치는 보존된다"라는 시장의 믿음뿐이다.


이 믿음을 관리하는 주체가 바로 연준이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의 '성장 지상주의'라는 정치 논리가 이 성역을 침범하려 하고 있다.


5. 연준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연준 의장을 압박하며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을 단순히 '정치적 쇼'나 '성향 차이'로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당장의 금리가 0.25%p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진정으로 공포를 느끼는 지점은


"세계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정치 권력에 굴복했다"는 시그널 그 자체다.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다고 시장이 판단하는 순간,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트럼프의 압박으로 단기 기준금리(Short-term rate)는 내려갈지 몰라도, 시장이 결정하는 장기 국채금리(Long-term rate)는 오히려 폭등할 개연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금융 시장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귀환'이다. 시장의 논리는 명확하다.


"정치인이 표를 얻고 성장을 펌핑하기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억지로 내리면, 결국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다. 미래의 내 돈 가치가 떨어질 것이 뻔하니, 나는 지금 당장 장기 국채를 팔아치우고(금리 상승),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겠다."


이러한 국채 금리의 발작적 상승은 단순한 이자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 정부의 재정 능력, 즉 "이 나라가 과연 이 빚을 갚을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의미한다.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오르고,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오르며, 결국 트럼프가 그토록 원했던 경기 부양은 커녕 급격한 경기 침체와 자산 시장 붕괴가 찾아온다. 의도와 결과가 정반대가 되는 것이다.


6. 두 번째 트리거: 기대 인플레이션의 통제 불능과 시스템 붕괴


연준의 권위가 무너진 틈을 타 가장 먼저 고개를 드는 괴물은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다. 지난 40년간 연준이 쌓아 올린 가장 큰 자산은 금고 속의 달러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물가는 2%로 잡겠다"는 시장의 믿음이었다.


그러나 "물가가 올라도 정치가 개입하여 금리 인상을 막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이 기대 심리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게 된다. 노동자는 월급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며, 투자자는 달러를 버리고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실물 자산으로 도피한다.


이는 곧 달러 가치의 급락과 국채 투매로 이어지며, 우리가 앞서 공들여 분석했던 [전쟁-AI-유동성]의 선순환 고리를 순식간에 악순환의 늪으로 빠뜨린다.


1.국채가 안 팔리면 금리가 폭등하여 정부는 이자를 낼 수 없다.


2. 정부가 돈이 없으면 전쟁 비용을 댈 수 없고, 빅테크의 AI 서비스를 사줄 수 없다.


3. 국채가 안 팔리면 금리가 폭등하여 정부는 이자를 낼 수 없다. 무너진다.


4. 주식이 폭락하고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도 위기를 맞는다.



2026년 블랙스완 위기 원인
2026년 블랙스완 위기 원인

결국 국채 소화 문제, 물가 통제, 재정 적자 문제는 각기 다른 세 개의 문제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연준의 신뢰'라는 하나의 뇌관에 연결된 폭탄들이다. 트럼프가 성장을 위해 건드린 뇌관이, 성장의 기반 자체를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다.


7. 트럼프의 위험한 도박: 시장을 이길 수 있는가


트럼프가 자신의 뜻대로 연준을 쥐고 흔들면서도 경제를 망치지 않으려면,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확고한 신뢰를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내가 연준을 무시하고 금리를 억지로 내려도, 공급 혁신을 통해 물가는 잡히고, 경제는 성장하며, 미국 국채는 여전히 안전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수백 년의 경제사를 통틀어 볼 때, 이것은 꽤나 가능성이 낮은 시도이다. 정치가 중앙은행의 권위를 대체하고 통화 정책을 좌지우지하려 할 때, 시장은 언제나 냉혹한 응징으로 답해왔다.


1970년대의 통제 불가능했던 인플레이션이 그랬고, 최근 영국의 트러스 내각이 감세안을 발표하자마자 채권 시장의 공격을 받아 44일 만에 붕괴한 사태가 그랬다.


트럼프가 "나는 다르다"고 외칠 수 있겠지만, 시장은 정치인의 말보다 자본의 흐름을 믿는다. 트럼프의 정책(관세 인상, 이민자 추방 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 뻔한데 금리마저 내리라고 강요한다면, 채권 시장은 '투매(Sell-off)'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2026년 미국 시장이 마주할 수도 있는 '블랙스완(Black Swan)'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결론: 전쟁보다 무서운 '신뢰의 균열'을 경계하라


2026년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선은 명확해야 한다.


지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우크라이나나 중동의 전쟁, 혹은 대만 해협의 긴장은 물론 중대한 변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쟁 그 자체는 현재의 미국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수요를 창출하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전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결론적으로 이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고 자산가치 상승에 슬프게도 일조할 것이다. 전쟁 뉴스가 당사자에게 비극이나 투자자에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 되버린다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진짜 위기는 전쟁터가 아니라 워싱턴 D.C.의 심장부, 연준과 백악관 사이에서 발생할 것이다. 전쟁과 AI 투자를 가능하게 했던 '신뢰의 축', 즉 미 국채가 안전자산이라는 믿음, 연준이 정치로부터 독립되어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릴 때 진정한 파국이 찾아온다.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으로 인해 AI 투자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유동성도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어떻게든 공급될 것이다. 하지만 그 화려한 성장 스토리의 이면에서 '신뢰의 균열'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국채 금리가 비정상적인 발작(Steepening)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그 미세한 파열음을 감지하는 것이야말로 올해 우리의 자산을 지키는 열쇠가 될 것이다.


결국 2026년은 무턱대고 '성장'을 쫓기만 하는 해가 아니라, '시스템의 건전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 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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