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준의장 캐빈 워시? 연준의 독립성과 채권의 반란
- Charles K

- 1월 17일
- 5분 분량
서문: 시장이 읽어낸 ‘진짜’ 공포
오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2%가량 급등을 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시장의 시선은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고용지표가 아닌 한 인물의 입에 고정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케빈 해셋이 연준 의장이 되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Kevin Warsh)가 급부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통상적으로 비둘기파 인사의 부상은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날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장기물 국채금리는 마치 발작하듯 튀어 올랐다. 호사가들은 이를 두고 “워시는 과거 매파(Hawk)였기 때문에 긴축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1차원적인 해석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지금 시장의 기류를 전혀 읽지 못한 분석이다. 단언컨대 지금의 워시는 매파가 아니다. 그는 명백한 비둘기(Dove)다.
그것도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유형인, ‘정치적 목적을 띤 비둘기’다.
과거 연준 이사 시절 그가 매파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변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상황과 권력의 방향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기민한 유연성을 갖췄고,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와 가장 높은 합치도를 보이는 인물이 되었다.
바로 이 점이 오늘 10년물 금리가 발작한 핵심 이유다.
시장은 워시라는 인물을 통해 ‘금리 인하’라는 호재가 아닌, ‘연준의 독립성 상실’이라는 시스템 리스크를 보았기 때문이다.
1. 워시는 이미 ‘금리 인하’를 외치고 있었다
워시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의 양적완화(QE)를 비판하던 강경한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그의 발언과 행보를 복기해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그는 이미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그리고 아주 강력하게 금리 인하를 주장해왔다.
워시는 현재 제롬 파월 의장의 연준이
“데이터에 후행하며 실기하고 있다(Behind the curve)”고 비판해왔다.
인플레이션 둔화의 초기 신호가 보였을 때부터 그는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즉, 현재의 통화정책 스탠스에서 워시는 파월보다 훨씬 더 완화적인(Dovish) 입장에 서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왜 금리 인하를 강력히 주장하는 비둘기파 후보가 유력해졌는데 국채 금리는 오히려 폭등하는가? 상식적인 금융 교과서대로라면 비둘기파의 등장은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시장은 단순히 ‘금리를 내리느냐 마느냐’라는 결과값만 보지 않는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누가, 어떤 이유로, 누구의 의도에 따라 내리느냐’는 함수식이다.
경제 지표에 근거한 금리 인하와, 정치적 압박에 굴복한 금리 인하는 시장에 전혀 다른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2. 트럼프와 코드를 맞추는 ‘위험한 소통’
워시의 최근 발언들이 시장을 흔든 진짜 이유는, 그가 트럼프가 가진 연준에 대한 문제의식을 정확히 같은 언어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CNBC Squawk Box 인터뷰에서 워시는 매우 직설적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 “정당하다(Legitimate)”고 평가했다.
역대 어느 연준 의장 후보도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을 이 정도로 공개적으로 옹호한 사례는 드물다. 이 발언 하나만으로도 그는 기존의 연준 테크노크라트들과 다른 궤도에 서 있음을 분명히 했다.
더 결정적인 대목은 ‘재무부와의 관계 설정’이다. 워시는 1951년의 ‘재무부–연준 협약(Treasury-Fed Accord)’을 언급하며, 당시처럼 지금도 국가 부채가 누적되는 환경에서는 재무부와 연준이 각자 움직여서는 안 되며, 새로운 차원의 협력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시장에 명확한 대차대조표 규모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겉으로 보면 ‘정책 공조’처럼 들린다. 그러나 행간을 읽으면 메시지는 훨씬 날카롭고 위험하다.
“연준은 더 이상 정부와 각을 세우는 독립 기관이 아니라, 재정의 부담을 함께 나누는 조정자로 기능할 수 있다.”

즉, 워시는 상황에 따라 비둘기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 정책을 통화정책으로 보조할 수 있음을 스스로 정당화한 셈이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협약’은 사실상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of Debt)’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저금리, 경기 부양, 약달러라면, 워시는 그 논리를 세련된 정책 언어로 포장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 말하는 ‘코드 인사’의 본질이다.
3. ‘정치적 비둘기’가 촉발한 채권시장의 발작
채권시장의 기본 명제는 단순하다. “금리 인하는 채권에 호재다.” 하지만 이 명제는 단 하나의 절대적 전제 위에서만 성립한다. 바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능력과 의지를 독립적으로 갖고 있다’는 신뢰다.
워시와 같은 ‘정치적 비둘기’가 연준 수장이 되는 순간, 이 전제는 송두리째 흔들린다. 시장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즉각적으로 시뮬레이션한다.
✅독립성 상실: 연준이 정치적 요구에 따라 섣불리 금리를 인하한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인하된 금리와 관세·재정 확장 정책이 맞물려 물가가 다시 튄다.
✅대응 제약(Handcuffed): 그러나 연준은 정치적 부담과 막대한 국채 이자 비용 때문에 다시 긴축(금리 인상)으로 선회하지 못한다.
✅가치 희석: 결국 달러의 실질 가치는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상수로 고착화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장기채(Long-term Bonds)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 인플레이션과 정책 불신이라는 불길 속에 던져진, 실질가치가 불확실한 자산이 된다.
그래서 채권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텀 프리미엄(Term Premium)’을 요구하며 장기 금리를 끌어올린다.
이것이 바로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를 떨게 했던 ‘채권자경단(Bond Vigilantes)’의 논리다.
그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이다.
단기 금리는 연준이 정책적으로 내릴 수 있지만, 시장이 결정하는 장기 금리는 오히려 폭등한다. 시장은 ‘정치적 통화정책’에 대해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4. ‘체제 전환(Regime Change)’이라는 단어의 무게
워시는 현 연준의 운영 방식에 대해 ‘체제 전환(Regime Change)’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이 단어의 선택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매우 무거운 의미를 지닌다. 그는 파월 체제가 “균형을 잃었다”고 평가하며, 금리 인하가 그 균형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가 말하는 ‘균형’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물가와 고용의 균형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선출된 권력(행정부)의 의지’와 ‘임명된 권력(연준)의 정책’ 간의 균형이다.
워시는 연준이 상아탑에 갇혀 현실 정치와 재정의 압박을 외면해 왔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의 압박을 부당한 ‘외압’이 아니라, 반영해야 할 ‘현실적 피드백’으로 해석한다.
이는 지난 40여 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탱해 온 신뢰 자본, 다시 말해 ‘폴 볼커 이후 확립된 중앙은행 독립성’을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시장은 워시라는 인물을 통해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제도화되는 미래를 본다. 정부가 빚을 내고, 중앙은행이 그 부담을 통화정책으로 흡수하는 체제. 그 체제에서 장기채를 들고 있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정부의 선의에 대한 무모한 베팅이 된다.
5. 투자자의 관점: 베어 스티프닝이 심화될 때 무엇이 깨지는가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베어 스티프닝의 심화는 단순한 채권 시장의 이벤트를 넘어선다. 그것은 모든 자산의 할인율(Discount Rate)이 다시 쓰이는 과정이며, 자산 배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호다.
✅첫째, 주식시장: 멀티플의 강제 조정지수 전체의 하락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부 구조의 붕괴다. 금리 상승은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을 높인다.
따라서 먼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장기 성장주와 고PER·고PSR 자산부터 멀티플 압축(Valuation Compression)이 시작된다. 기업의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돈의 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주나 에너지 등 당장의 현금흐름(Cash Flow)이 좋은 자산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겠지만, 시장 전체의 변동성(Volatility)은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둘째, 크레딧 시장: 유동성 환상의 종료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은 필연적으로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진다. 충격은 투자등급(IG)에서 시작되어 하이일드(HY), 나아가 사모 크레딧(Private Credit)과 레버리지 론 시장으로 전이된다.
“듀레이션(Duration)이 곧 리스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유동성이 낮은 자산부터 투매가 나올 수 있다. 유동성 프리미엄이 가격을 지배하는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셋째, 외환 시장: 달러의 딜레마달러는 초기에는 금리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베어 스티프닝의 원인이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과 ‘연준의 정책 신뢰 훼손’으로 명확해지는 순간, 달러는 중기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게 된다.
‘금리 상승’과 ‘통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자산시장에 가장 치명적인 환경이다. 이는 미국 자산의 매력도가 근본적으로 하락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넷째, 대체 자산: 금과 비트코인의 재평가금(Gold)은 초기에 명목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눌릴 수 있다. 하지만 베어 스티프닝의 본질이 ‘통화 신뢰의 훼손’으로 인식되는 순간, 금은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아닌 ‘통화 불신 헤지(Debasement Hedge)’ 수단으로 재평가된다.
이때 금 가격의 상승은 단기 트레이딩 영역이 아니라, 체제 변화에 대한 거대 자본의 헷징 수요가 된다.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다. 재정 우위 시대에 중앙은행의 통제력을 벗어난 유동성 흡수처로서 그 위상이 강화될 것이다.
결론: 워시는 ‘상황적 비둘기’, 그래서 더 위험하다
오늘 10년물 국채금리가 튄 이유는 워시가 매파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비둘기이자, 재무부와의 공조를 강조하며 트럼프의 의중을 정확히 읽어내는 노련한 정치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매파였던 그가 현재의 비둘기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이렇게 번역된다.
“이 인물은 원칙보다 상황을, 독립성보다 정치를 우선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브레이크가 정치 권력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통화정책은 더 이상 경제의 안전장치가 아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내리막길(금리 인하)을 향해 달릴 때, 뒷자리에 앉은 승객(시장)이 느끼는 감정은 환호가 아니라 공포다.
이번 금리 급등은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다. ‘재정 우위’라는 새로운 체제(Regime)에 대한 사전 경고다. 투자자가 지금 봐야 할 것은 단순한 금리의 방향이 아니다. 왜 장기 금리가 연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가, 그리고 그 통제 불능 상태가 자산 가격에 어떤 청구서를 내밀 것인가를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