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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와 트럼프의 보조금, 투자가 두렵지 않은 이유


레이 달리오는 최근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그 구상에 참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 현상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지금 미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미국이 현재 사활을 걸고 있는 영역은 AI다. AI를 패권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자원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유동성이다. 돈이 풀릴수록 위험을 감수하려는 힘은 커지고, 이는 혁신을 낳는다. 미국은 압도적인 자본력과 AI 산업의 핵심 리더들을 결합해, 어떤 국가도 따라오기 힘든 초격차를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피할 수 없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 돈은 어디서 오며, 그 대가로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유동성은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출되었다. 이 시기를 우리는 산업자본주의라 부를 수 있다. 대략 1990년대, 길게 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의 미국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후 미국은 산업이 아니라 금융이 유동성을 창출하는 구조로 이동했다. 금융자본주의의 시대다. 정부는 재정정책을, 연준은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고, 이 두 축의 공조는 분명 일정 수준의 성장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 부채는 통제 가능한 범위를 빠르게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재정과 통화만으로 과거와 같은 성장을 반복하기는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등장한 해법이 바로 국가자본주의다.

국가가 자본의 흐름을 직접 통제하고, 가장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분야로 자본을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집중의 대상이 바로 AI다. 2022년 이후 AI 산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빠르게 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도 자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AI 산업은 기존 산업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한 자본을 요구한다. 국가가 자본을 통제해 AI에 몰아준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AI 버블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버블은 자본이 고갈될 때만 붕괴된다. 반대로 자본이 이전보다 더 풍부하게 유입된다면, 버블이라는 논리는 힘을 잃는다.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미국에게 AI 버블 붕괴는 선택지가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를 꺼내 들었다.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본질은 명확하다.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고, 그 주요 소비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이다. 과거 국채의 주요 매수자는 국가나 기관이었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면서 개인과 기업이 국채의 핵심 ‘소매 수요자’로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이는 정부 부채가 국가의 영역에서 민간으로 이전되는 구조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제 레이 달리오의 판단이 이해된다.

미국은 “국채를 사라”는 말을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하라”는 말로 바꾸려 한다. 사용처가 늘어날수록 개인과 기업은 자연스럽게 스테이블 코인을 보유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유동성이 유입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니다. 그래서 트럼프도, 레이 달리오도 보조금을 말한다. 목적은 명확하다. 주식을 사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주식은 RWA 형태로 토큰화될 것이다. 해당 토큰은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래된다. 결국 미국은 국민 전체가 스테이블 코인을 매개로 자본 조달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 구조는 긍정적으로 보면 윈윈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민의 약 40%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미국의 빈부격차 핵심이 자산 투자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조금을 통해 주식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격차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주식 수요가 늘면 주가는 상승하고, 정부는 그 유동성을 다시 AI에 투자한다. AI 성장은 다시 주식 가치를 끌어올린다. 개인과 정부 모두에게 유리한 선순환 구조다.

이 맥락에서 레이 달리오의 행보나 트럼프의 감세 정책 역시 같은 방향 위에 놓여 있다. 물론 이렇게 돈을 풀었음에도 성장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큰 폭풍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이것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다.

결국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내일 주가가 오를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 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는 것이다. 그 방향이 미국이 설정한 길과 같다면, 단기 변동성에 흔들릴 이유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와 인내, 그 두 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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