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환경규제를 철폐하는 이유는 결국 패권에 있다.
- Charles K

- 7월 30일
- 3분 분량
미국이 환경규제 철폐 수순을 밟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국내 정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전략이다. 글로벌 질서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은 패권을 복원하기 위해 ‘에너지’라는 가장 오래된 무기를 다시 꺼내들고 있다. 그 시작이 환경규제 완화이며, 그 종착지는 ‘에너지 기반 첨단산업 패권’이다.
1. 미국 패권의 균열, 그리고 달러의 위기
현재 미국은 두 개의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누적된 재정 적자와 부채로 인한 달러 신뢰의 약화, 다른 하나는 중국이라는 전략적 경쟁자의 부상이다. 특히 34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 부채는 단지 회계적 문제를 넘어, 달러패권의 기반인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는 신호다.
이 와중에 중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과 위안화 블록 확장을 시도하며 미국 주도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경우, 미국은 더 이상 부채를 '글로벌 신용카드'처럼 쓸 수 없게 된다. 미국 패권의 실질적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미국 정부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2. 트럼프의 해법: 규제를 풀고, 에너지와 첨단산업을 묶는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트럼프 진영이 선택한 카드는 ‘에너지’다. 미국은 이미 원유와 셰일가스를 포함해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다. 동시에 인공지능, 로봇, 전기차 등 차세대 산업은 엄청난 전력과 연산 자원을 요구하는데, 이는 곧 에너지 소비가 곧 산업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된다는 뜻이다.
미국은 자국 내 환경규제를 풀고 탄화수소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첨단산업을 자국 안에서 부흥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려 한다. 반대로, 에너지 수급에서 불안정한 중국은 같은 첨단산업을 유지하려면 안정적 공급망이 없는 상태에서 고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포지션이다.
3. 에너지–산업–무역 삼각구도의 전환
중국은 세 가지 중첩된 압박을 받고 있다.
첫째, 에너지 수입 의존도. 석유·가스 수요의 상당량을 중동, 아프리카,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이란·이스라엘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정치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둘째, 첨단산업의 에너지 소비량 증가. AI 서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생산은 모두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중국은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탄 발전 의존이 크며, 산업 안정성과 비용 면에서 서방보다 불리하다.
셋째,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 반도체, 전산장비, AI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규제로 인해 중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자립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자국 내 생산은 늘어도 해외 수출은 줄어드는 ‘내포소모형’ 성장 구조에 갇히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비용 상승 – 경쟁력 저하 – 수익 악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중국의 산업은 외형은 유지하지만, 내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4. 미국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가?
반면 미국은 이 삼각구도를 반대로 돌리고 있다.
환경규제를 완화해 탄소 기반 에너지를 더 생산하고, 이를 활용한 첨단산업 제품(특히 AI 반도체, 로봇, 전기차 등)을 세계에 수출한다. 동시에, LNG·셰일오일·전력 설비 등을 동맹국 및 비동맹국에 수출하면서 이중 수익 구조를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우방인 유럽, 한국, 일본 등도 자유롭지 않다. 탈탄소를 추구하는 EU는 러시아와의 단절 이후 미국 LNG에 의존도가 높아졌고, 한국과 일본 역시 원자재 및 에너지에서 미국 공급망에 상당히 엮여 있다. 미국은 에너지 자립과 기술 자립을 둘 다 가진 몇 안 되는 국가로, 그 우위를 외교·무역 구조를 통해 동맹국들에게까지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5. 왜 전쟁과 긴장이 필요해지는가?
에너지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전략적 무기다. 그렇기에 전세계 에너지 흐름이 미국에 유리하게 움직이려면,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긴장이 필요하다. 중동의 불안정, 러시아의 제재, 아프리카 내전 등의 요소는 미국의 셰일오일과 LNG를 더욱 전략적인 위치로 만들어준다. '불안정한 타자'가 존재해야, 미국의 자원이 ‘안정적 대안’으로 각인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환경규제의 철폐다. 이데올로기의 승리가 아니라, 자원전쟁의 포문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다시 ‘에너지’로 돌아온 패권의 본질
세계는 지금 디지털, AI, 친환경으로 전환 중이지만, 그 근간에는 여전히 ‘에너지를 누가 얼마나 안정적이고 싸게 조달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이 작동한다. 미국은 이 단순한 진리를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의 생산국으로서, 소비하는 첨단산업의 본거지로서, 규제를 풀고 산업을 밀어붙이는 전략은 바로 미국 패권 회복의 열쇠다.
미국은 알고 있다. 패권은 이상이 아니라 자원에서 나온다는 것을. 지난 100년간 크고 작게 벌어진 에너지전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 더 격렬해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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