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후의 10년, 코스피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Charles K

- 2025년 12월 24일
- 3분 분량
1. 서울 1,800조가 말해주는 것: 가격이 아니라 구조의 한계
서울 부동산 시가총액이 약 1,800조 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단순한 가격 상승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자산 구조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이제 서울의 집값은 전국 주택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더 이상 ‘성장 중인 시장’이 아니라 ‘포화에 가까운 구조’임을 의미한다. 문제는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이 구조가 더 이상 사회와 경제를 동시에 지탱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해답처럼 기능해왔다. 산업 성장 과정에서 필요했던 막대한 유동성을 흡수했고, 그 유동성은 다시 담보와 신용을 통해 금융 시스템을 확장시켰다. 부동산이 오르면 자산이 늘고, 자산이 늘면 소비와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양극화는 심화됐지만, 동시에 사회의 일부는 부유해졌고 그 부는 다시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다. 이것이 한국이 선택해온 성장 경로였다.
2. 부동산 모델의 붕괴: 더 오를수록 커지는 사회적 비용
그러나 이 모델은 이제 분명한 한계에 도달했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수록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청년 세대에게 주거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배제된 영역’이 되었다. 더 이상 부동산 가격 상승이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부동산이 더 이상 시간을 맡길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면, 한국 사회는 앞으로 어떤 자산을 통해 부를 축적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투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 구조 전체에 대한 문제다.
3. 부동산의 진짜 기능: 수익률이 아니라 ‘시간 축적’
부동산이 한국에서 강력했던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시간을 강제로 축적하게 만드는 구조에 있었다. 거래 비용이 크고, 유동성이 낮으며, 생활과 결합된 자산이기 때문에 쉽게 팔 수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와 상관없이 10년, 20년을 보유했다. 그 시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누적되고, 임금이 오르고, 유동성이 쌓이면서 결과적으로 자산이 늘어났다.
부동산은 투기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대중에게 장기 투자를 강제한 자산이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격이 이미 너무 높아졌고, 신규 진입자는 시간을 쌓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부동산이 ‘시간을 축적해주는 자산’이라는 기능을 상실한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회의 기본 자산이 될 수 없다.
4. 그래서 주식시장이다: 부동산 이후 남은 유일한 대안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옮겨진다. 주식시장이 부동산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장기적인 자산 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후보가 주식시장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주식은 기업의 성장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소액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며, 세대 간 이동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구조만 제대로 설계된다면, 주식 역시 시간을 맡길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 구조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5. 왜 한국 주식은 투기가 되었는가: 개인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낮은 주주환원, 반복된 실망,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집단적 학습의 결과다. 이 포기가 감정적인 선택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장기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손실이 아니라 구조 변화의 초입에서 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자산 시장의 큰 수익은 언제나 가격이 오를 때가 아니라, 구조가 바뀌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변화가 확인된 뒤 돌아오지만, 그때는 이미 중요한 구간이 지나간 경우가 많다.

6. 재설계되는 시장: 한국 주식시장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사라지는 시장이 아니라 재설계되고 있는 시장에 가깝다. 부동산 중심 자산 모델이 한계에 도달한 이상, 국가는 주식시장을 방치할 수 없다. 기업의 자본 조달, 청년 세대의 자산 형성,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주식시장은 반드시 손봐야 할 인프라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상법 개정은 중요한 신호다. 이는 단순한 법률 조정이 아니라, 기업의 성과가 주주에게 어떻게 귀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의 입장 표명이다. 여기에 상속세와 종합소득세 개편 논의가 더해지면, 지금까지 배당과 장기 보유를 가로막아왔던 구조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
7. 제도는 먼저 움직이고, 가격은 나중에 반응한다
배당이 활성화되면 주식은 다시 ‘보유할 이유’를 갖게 된다. 이는 부동산이 수행해왔던 시간 축적 기능을 일정 부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된다. 중요한 점은 제도 변화가 항상 가격보다 먼저 온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아직 믿지 않지만, 방향은 이미 틀어졌다.
기대치가 극도로 낮아진 지금, 나쁜 뉴스는 대부분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반면 구조 변화의 성과는 숫자로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숫자가 보이기 시작할 때, 시장은 이미 다른 단계에 들어가 있다.
8. 결론: 포기라는 선택이 가장 비쌀 수 있는 이유
앞으로 10년, 한국 주식시장을 포기한다는 선택은 단순히 수익률을 포기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부동산 이후의 자산 축적 경로 자체를 거부하는 선택에 가깝다. 이는 애국 투자나 낙관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시간 배분의 문제다.
앞으로의 10년은 자산 가격이 폭발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산 구조가 재편되는 시간이다. 이 구간을 통과하지 않고 결과만 취하려는 투자자는 언제나 뒤늦게 돌아오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 주식시장에 남아 있는다는 선택은 공격적인 베팅이 아니라, 가장 보수적인 장기 전략일지도 모른다.
부동산 이후의 한국에서, 시간을 맡길 수 있는 자산은 많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투자자는 앞으로 최소 10년간 한국 주식시장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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