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표적이 된 사모신용, 미국 정부가 보여준 방향은?
- Charles K

- 3월 12일
- 3분 분량
지금 금융시장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강하게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변수는 사모신용(Private Credit)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문제는 단순해 보인다. 몇몇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늘고, 일부 자산의 가치가 급락했으며, 은행들이 담보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자산의 부실이 아니라 자금 구조에 있다.
사모신용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 대출의 일부가 은행에서 사모신용 펀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시장의 자본 구조다.
사모신용은 장기 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자금을 공급한 투자자 중 상당수는 분기 환매가 가능한 구조에 들어와 있다. 부유층 PB 자금, BDC, 인터벌 펀드 같은 구조가 대표적이다.
즉 자산은 장기인데 자금은 준유동성이다.
이 구조에서는 한 가지 사건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바로 환매 요청의 증가다.
최근 몇몇 대형 펀드에서 실제로 환매 제한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펀드 사건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이 순간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디폴트가 아니다.
“먼저 나가야 한다”는 심리다.
금융시장에서 이런 심리가 확산되면 자산 가격보다 먼저 무너지는 것이 유동성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이미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연금 자금의 사모신용 시장 참여 확대다.
월가가 최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는 퇴직연금 자산을 사모신용 시장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미국 대표 퇴직연금 계좌인 ‘401(k)’에 사모펀드도 담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며 사모대출 운용사들이 14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401k에서 사모펀드, 부동산, 암호화폐 및 기타 대체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KKR, 칼라일그룹 등은 다양한 상품들로 401k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정부는 왜 허가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환매 압력을 만들고 있는 자금은 대부분 개인 자산과 준유동성 구조다. 반면 연기금 자금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연기금은 보통 7~10년 이상의 장기 투자 구조를 가진다. 중간 환매도 없다.
따라서 자금 구조를
개인 자금 → 연금 자금
으로 바꾸면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인 환매 압력 자체가 줄어든다.
이것은 단순한 자금 유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장기 자본이 들어오는 순간 사모신용 시장에는 가격의 바닥이 생긴다.
세컨더리 시장이 작동하고 자산 매각이 가능해지며 시장 전체의 불안이 완화될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다.
사모신용 기업의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구조다. SOFR에 일정 스프레드를 더하는 방식이다.
지난 2년 동안 금리가 급등하면서 많은 기업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예를 들어 SOFR 5%에 스프레드 5%가 붙으면 기업은 10%에 가까운 이자를 부담한다.
여기서 금리가 1~2%만 내려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기업의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디폴트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즉 금리 인하는 단순한 금융완화가 아니라 사모신용 시장의 현금흐름 문제를 직접 완화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변수도 존재한다. 최근 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 전쟁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할 것인가 역시 금융시장에는 중요한 변수다.

세 번째 변수는 달러 유동성 구조의 변화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은 단순한 크립토 정책이 아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달러 기반 디지털 금융 시스템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될 때 대부분 미국 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한다.
이 구조가 확대되면 결과적으로
1.달러 유동성 증가
2.미국 단기 국채 수요 증가 -> 금리하락
3.글로벌 달러 순환 확대
라는 효과가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이를 “디지털 유로달러 시스템”의 등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구조가 커질수록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유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전쟁은 종종 금융 긴축을 강화하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반대의 경우가 많았다.
전쟁은 재정 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의 정책 유연성을 확대한다. 결국 금융 시스템에는 새로운 유동성이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시장이 보는 구조는 바로 이 지점이다.
사모신용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환매 압력과 담보 재평가로 긴장 상태에 놓여 있지만, 동시에 정책 환경은 점점 유동성 확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핵심 질문은
'사모신용이 금융 시스템의 새로운 은행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다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인가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 정책은 분명히 첫 번째 방향을 선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금리 인하 가능성
2.연금 자금 유입
3.디지털 달러 유동성 확대
이 세 가지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향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 자금 유입이 지연되거나 금리 인하가 늦어지고, 기업 디폴트가 급증한다면 상황은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정책 흐름을 보면 미국은 사모신용 시장의 문제를 단순한 시장 충격으로 방치하기보다는 구조적으로 흡수하려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장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은 사모신용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도 이미 시장 안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그 열쇠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유동성은 결국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그런데 11월 미국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위기나 그에 준하는 혼란을 두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제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하나다.
미국 정부가 준비해온 카드가 언제 공개되느냐이다.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이벤트는 두 가지다.
5월 새로운 연준 의장의 취임,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규제인 클래리티 액트의 비준이다.
이 두 가지가 현실화되는 순간 금융시장의 유동성 환경은 생각보다 빠르게 바뀔 수 있다.
반대로 만약 늦어지거나 좌초된다면 시장의 하방 움직임은 상당히 강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시장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보다 적절한 수준의 현금을 갖고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는게 좋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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