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가 주목한 논문, 양적완화와는 '다른 돈'이 시장을 바꾼다
- Charles K

- 7월 8일
- 3분 분량
Executive Summary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은 금융위기의 대표적인 대응 수단으로 양적완화(QE)를 선택했다.
국채와 MBS를 매입해 금융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은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경제 회복을 이끌었으며, 2020년 팬데믹 위기에서도 동일한 방식이 다시 활용되었다.
시장 역시 오랫동안 QE를 위기 대응의 표준 정책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2022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 연구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QE는 단순히 위기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구조 자체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아닐까?
연구의 핵심은 QE가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이 아니라 은행의 행동과 금융시장의 구조를 변화시켰으며, 그 변화는 QT(양적긴축)가 시작된 이후에도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케빈 워시의 대차대조표 태스크포스에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라구람 라잔이 참여하면서, 이 연구는 다시 정책적 주목을 받고 있다.
1. QE는 은행의 사업 모델 자체를 변화시켰다
QE가 시행되면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을 통해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크게 증가한다.
일반적으로는 은행들이 증가한 현금을 단순히 보유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연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은행들은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사업모델 자체를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변화는 다음과 같다.
요구불예금 확대
기업 대상 신용공여 증가
단기자금 의존도 상승
보다 낮은 유동성 완충 수준 유지
즉, 은행은 풍부한 준비금을 전제로 운영되는 구조로 진화하게 되었다.
2. QT가 시작되어도 금융시스템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문제는 QT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러한 변화가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문은 이를 래칫 효과(Ratcheting Effect) 라고 설명한다.

톱니바퀴가 한 단계 올라가면 쉽게 원래 위치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QE 이후 금융시스템 역시 더 많은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구조로 고착된다는 것이다.
QT가 진행되어도
요구불예금은 쉽게 감소하지 않고
기존 신용공여는 유지되며
은행의 유동성 수요 역시 높은 수준을 지속한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은행이 필요로 하는 준비금보다
연준이 공급하는 준비금이 더 빠르게 감소하는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
3. QT의 한계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QT가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정책이 된다.
연준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지만,
은행은 여전히 QE 시대에 맞춰진 사업모델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준비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단기자금시장과 레포시장에서 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9년 미국 레포시장 금리가 하루 만에 급등했던 사건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연결하여 해석할 수 있다고 연구는 설명한다.
즉,
QT의 한계는 단순히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규모가 아니라,
금융시스템 자체가 더 많은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구조로 변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4. 왜 이 연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가
최근 이 연구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정책 결정 과정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케빈 워시의 연준 대차대조표 태스크포스에는
바로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라구람 라잔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선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연구는 QE가 금융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켔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해석하면,
앞으로는 QE에 의존하지 않고도 금융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다.
즉,
워시가 고민하는 것은
연준의 자산 규모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축소하면서도 민간이 스스로 유동성을 창출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가까울 수 있다.
5. 민간 유동성의 핵심은 은행 신용창출이다
그렇다면 민간은 어떻게 새로운 유동성을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수단은 은행의 대출이다.
현대 금융시스템에서 은행 대출은 단순히 기존 돈을 빌려주는 과정이 아니다.
대출이 실행되는 순간 새로운 예금이 생성되며,
이는 실제 통화량 증가로 이어진다.
이 점에서 은행 대출은 QE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QE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라면,
은행 대출은 민간이 유동성을 증폭시키는 과정에 가깝다.
신규 대출은
새로운 예금 생성
기업 투자 확대
가계 소비 증가
기업 매출 증가
추가 신용 수요
라는 선순환을 만들며,
신용이 다시 새로운 신용을 창출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자산매입보다 더 큰 규모의 유동성 확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6. 스테이블코인 역시 새로운 민간 유동성의 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 논의되는 스테이블코인도 단순한 디지털 달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민간 자본을 미국 금융시스템으로 유입시키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
유입된 자금은 미국 국채시장으로 연결되며,
이는 미국 정부의 자금조달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 민간 유동성을 흡수하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유동성 확대는
은행의 신용창출과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글로벌 민간자본 유입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Conclusion
향후 금융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QE에서 QT로의 전환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공공 유동성 중심의 시대에서 민간 유동성 중심의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공급하던 시대를 넘어,
은행의 신용창출과 민간 자본,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유동성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러한 구조가 현실화된다면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 두 가지가 될 것이다.
민간이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신용과 유동성을 창출하고 있는가.
그 유동성이 어떤 산업과 자산으로 흘러가고 있는가.
은행 대출과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민간 유동성이 과거 QE 시대를 뛰어넘는 규모로 확대된다면,
다음 유동성 사이클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 자금은 단순히 자산가격을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AI, 로봇, 반도체, 전력, 양자컴퓨팅과 같은 미래 산업으로 흘러들어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해당 산업의 기업들은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구조적인 기업가치 재평가를 경험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다음 강세장은 중앙은행의 QE가 아니라,
민간 신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유동성 사이클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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