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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국인 투자 벌칙세, 단기 투자자에게 징벌이 장기 투자자에게 행운이.

“미국이 외국인 투자에 벌칙세를 검토하고 있다.”


어제 시장에 전해진 이 소식은 월가를 크게 놀라게 했다. 흔히 보기 어려운 ‘대형 악재’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월가는 이 뉴스의 진위 여부와 실행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움직임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핏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 이면을 차근히 살펴보면 일정한 방향성이 드러난다. 바로 미국의 경제 구조를 금융 중심의 월가(Wall Street)에서 실물 산업 중심의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이번 외국인 벌칙세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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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는 분명 ‘발작’이다


외국인 벌칙세는 말 그대로 외국인 투자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5%에서 시작해 매년 조금씩 높아져 최대 20%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월가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은 유동성에 극도로 민감하다. 최근 미국 국채에 대한 매수세가 약해진 가운데, 이런 벌칙세 논의는 외국 자금의 유입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는 채권시장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형태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금리가 급등하면 자산시장은 물론 소비와 투자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트럼프가 추진한 관세전쟁의 본질은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니라 ‘공급망 재편’에 있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돈'이다. 미국은 관세를 통해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고, 그렇게 재편된 공급망을 바탕으로 타국이 따라올 수 없는 성장 기반을 만들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 전략을 완성시키기 위해 트럼프가 고민한 것이 바로 감세정책이다. 감세를 통해 기업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고, 가계의 소비 여력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보면 관세와 감세는 공급망 재편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이다. 관세수입만으로는 필요한 재정을 충당할 수 없기에, 미국은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즉, 금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외국인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면 오히려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이는 성장 모멘텀이 꺾인 상황에서 금리까지 높아지는, 시장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월가가 지금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시점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이 정책을 꺼내든 이유는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것이다. 미국인의 소득 구조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으로 나뉘는데, 자본소득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상위 10%는 대부분의 자산을 보유하고, 그 자산에서 나오는 배당, 이자, 주가 상승 등의 수익이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조기 은퇴를 부추기고 노동의 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공급망을 재편하고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면 ‘노동’이 절실하다. 특히 기술을 갖춘 노동력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다. 그런데 고숙련 인재들이 자본소득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면, 노동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외국 자본이 공장을 짓더라도 돌릴 인력이 부족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미국 정부가 자본소득의 매력을 낮추고, 노동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려는 의도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자본소득에서 노동소득으로: 구조적 리셋


벌칙세가 시행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줄고,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 낮아진다. 이는 자산가격의 하락과 자본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시 노동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고소득을 위해 더 많은 기술을 익히고, 더 오랜 시간 노동에 투입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노동공급을 늘리고, 제조업과 내수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이처럼 자본 중심에서 노동 중심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소득 재조정이 아니다. 이는 곧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는 실물 성장의 재개다. 결국, 이렇게 회복된 실물경제는 다시 자본시장으로 연결된다. 자산가격은 다시 오르게 되고, 자본소득은 더 건강한 기반 위에서 복원된다. 미국은 지금 금융자본 중심의 불균형을 벗어나, 실물경제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부담이다. 유동성을 제약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실제 시행된다면 시장은 강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투자자는 트럼프의 발언과 의회 움직임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관세, 감세, 벌칙세까지 — 지금은 미국 대통령의 입이 시장의 방향을 결정짓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놓칠 수 없는 구조 전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을 외면하긴 어렵다.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겠다”며, 2026년 말까지 미국 주식 비중을 3%포인트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국 돈이 되는 곳으로 자금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장기투자자는 지금의 발작이 어떤 구조 전환의 전조일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벌칙세는 단순한 외국인 견제책이 아니라, 미국 경제의 체질을 다시 짜려는 신호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제대로 읽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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