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현대차 - LG엔솔 이민국 단속? 미국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ree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전략은 명확하다. 미국 내 제조업을 되살리고, 리쇼어링을 통해 반도체·배터리·AI 같은 미래 산업의 생산 능력을 자국 땅에 확보하는 것. 이건 단순히 산업 정책을 넘어 미국의 중산층을 지탱하고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과 맞닿아 있다. “제조 강국의 부활”이라는 구호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주는 상징성은 상당하다.


그런데 최근 보여준 행보는 일관성과는 거리가 멀다. 조지아 주지사가 현대차·LG의 투자를 환영한 다음 날, 미국 당국은 같은 기업의 현장을 급습해 불법 근로자를 단속하고 수백 명의 한국인 직원을 체포했다. 투자 유치와 강압적 단속이 하루 차이로 벌어진 건, 미국이 내보내는 신호가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환영과 단속이라는 두 얼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인 긴장을 드러낸다.


고용 방어라는 절박함

이 모순의 배경에는 미국의 고용 상황이 있다. 최근 발표된 고용 증가 폭은 2만 명 수준에 그쳤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0만 명 이상 늘어나던 시기를 떠올리면 충격적인 수치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ree

이런 환경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은 단순히 법 집행 차원이 아니다. 노동 공급을 억제해 실업률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민자가 추방되면 일자리를 찾는 공급이 줄어들고, 그만큼 실업률은 낮게 유지된다. 고용 통계를 지탱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 된 셈이다. 현대차 공장 단속은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동시에, 미국 정부가 고용 문제에 얼마나 절박한지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ree
한국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

이 상황은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리스크를 던진다. 애초에 미국으로 들어간 이유는 명확하다. 높은 관세를 피하고, 미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계산서에 새로운 비용 항목이 추가되었다.


첫째는 신뢰 비용이다. 정부가 환영을 표한 바로 다음 날, 같은 기업을 타깃으로 단속할 수 있다는 건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둘째는 지연 비용이다. 출장 취소와 공장 건설 차질로 일정 전체가 늦춰진다. 셋째는 기회 비용이다. 차라리 멕시코나 동유럽, 동남아시아처럼 대체 거점으로 눈을 돌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공장이 늦어지면 고용도 지연된다. 이는 다시 경기 둔화와 연결된다. 금리를 내린다 해도 투자가 멈춘 상태라면 경기 회복은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투자 유치와 고용 확대’라는 두 목표는 서로 충돌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확산되는 관세 전쟁의 그림자

문제는 이것이 미국 내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은 이미 미국식 고율 철강 관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산 광섬유에 78%의 보복 관세를 매겼다. 브라질과 인도도 언제든 맞대응할 태세다.


이런 흐름이 확산되면 단순히 ‘미국 vs 다른 국가’의 구도가 아니다. 국가 대 국가의 전방위적 관세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그 결과는 뻔하다. 무역 비용이 급등하고, 공급망은 불안정해지며, 물가는 상승한다. 하지만 고용은 회복되지 않는다. 고용이 깨지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는 건 스태그플레이션의 전형적 모습이다. 지금 미국의 정책이 자칫 이런 위험을 현실화할 수 있다.


투자자의 선택과 전략

투자자의 시각에서 보면 지금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미국의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업은 투자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고, 투자 지연과 자본 이동은 불가피하다. 결국 이는 미국 자신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 구간에서 투자자가 취할 전략은 분명하다. 속도가 아니라 안전성이다. 현금을 확보해 두는 건 단순한 보수적 태도가 아니라 불확실성 구간을 헤쳐 나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동시에 미국 외 지역으로 투자 분산을 고려해야 한다. 정책이 일관성을 찾기 전까지는 신규 진입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K3-LAB이 9월 현금 비중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 미국이 제조업을 되살리려는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자본은 그 흐름을 따라간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정책 불확실성, 관세 전쟁, 고용 위기라는 세 가지 리스크가 겹쳐 있는 구간이다.


단기 방어, 장기 기회

미국은 제조업 부활이라는 장기 전략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단기 고용 방어에 매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은 흔들리고, 투자 기업은 새로운 비용을 떠안게 된다.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관세 전쟁이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이다. 현금 비중을 높이고 속도를 늦추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제조업 패권을 되찾으려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는 이 모순 속에서 타이밍을 찾는 게임이 된다. 미국의 환영과 단속, 그 모순된 신호는 투자자에게 “신중함”이라는 키워드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