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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의 주택 떨이, 중국 위기신호일까?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이 최근 중국과 홍콩 내 자산, 특히 주택 수백 채를 시장에 대거 내놓고 있다. 단순한 매각으로 보기엔 움직임이 지나치게 빠르고 단호하다. 오히려 이 같은 행동은 우리에게 일종의 경고처럼 다가온다.


리카싱은 누구인가. 그는 아시아에서 워렌 버핏에 비견되는 인물이며, 장기적 안목과 위기 감지 능력으로 수십 년간 아시아 시장에서 살아남아 온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다. 특히 구조적 변화의 조짐을 누구보다 먼저 포착해 선제적으로 자산을 재배치하는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그의 이런 급진적인 행보는 단순한 자산 재편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아직 감지하지 못한 근본적인 위기를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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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는 이번에 무엇을 본 것일까. 우리는 이번 리카싱의 매각이 중국 경제의 전반적 불안, 특히 제조업 구조의 위기와 외환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중첩되는 흐름 속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본다. 이는 단지 미국과의 갈등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봉쇄를 넘어, 비(非)미국 시장과의 충돌


많은 이들이 중국의 위기를 미국과의 무역 갈등, 특히 고율 관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미국은 전략적으로 중국을 압박해 왔다. 감세와 관세를 결합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해왔다. 그러나 이제 문제는 미국을 넘어선다. 중국의 ‘공장으로서의 경쟁력’이 지나치게 강력해지면서, 오히려 주변 국가들과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해왔다. 저렴한 가격과 막대한 생산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지탱해왔지만, 이 경쟁력이 오히려 다른 국가들에겐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 전기차를 예로 들면,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유럽 자동차 산업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유럽 입장에서 이는 심각한 사안이다. 결국 유럽연합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인 산업 충돌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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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철강, 배터리, 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산업 보호 압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자국 산업 보호와 반중 정서가 겹치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은 이제 중국과 세계의 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라는 최대 소비시장을 잃었을 뿐 아니라, 나머지 국가들로부터도 점점 고립되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산 물건을 어디에 팔 수 있을까? 내수 시장? 이미 부동산 붕괴 이후 내수도 빠르게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중국은 제조업 구조조정과 외환위기를 동시에 맞이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마진 없는 제조업, 이제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이처럼 외부 시장이 막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조업은 여전히 물량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제 단순히 ‘마진이 낮다’의 수준이 아니라,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출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이익을 포기하는 전략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이 같은 전략이 주변국들의 반발과 관세 대응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제조업의 구조조정은 시간문제다. 특히 정부가 뒷받침하던 국유기업이나 지방의 좀비기업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이는 실물경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그 파급력은 단순한 기업 파산이 아니라, 대규모 신용 리스크와 자산 시장의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카싱이 읽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단순한 수요 감소나 산업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중국 경제 전반의 기반이 무너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자산 자체가 유동화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투자자는 철저히 고립된다.


실물 위기에서 외환 위기로 이어지는 경로


중국이 진짜로 두려워해야 할 시나리오는, 실물 위기와 외환 리스크가 겹치는 이중 추락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으로 향하던 자본의 흐름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기술 투자, 벤처 자금은 물론, 디지털 자산을 통한 자금 이동까지도 규제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 수출 감소까지 겹치면 외환 보유고는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 속에서 위안화는 급격한 하락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지며, 그 부담은 결국 국내 자산 시장으로 번진다. 위안화의 하락은 자산 가격 하락에 환차손까지 더해지며 실질 손실을 키운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아무리 싼 가격에 자산을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어진다. 그야말로 자산의 유동성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리카싱은 바로 이 위험을 먼저 감지한 것이다. 그는 지금 팔 수 있을 때 파는 선택을 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늦는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팔 수 있느냐’가 문제다.


리카싱은 단순히 자산을 판 것이 아니다


이번 리카싱의 결정은 단순한 매각이 아니다. 그는 중국이라는 구조 안에서 자신의 자본을 ‘철수’시킨 것이다. 시장 붕괴에 대한 직감, 통화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 자산 유동화 가능성에 대한 판단. 그는 더 이상 중국 공급망 안에서 자신의 자산을 유지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기적 센티먼트에 휩쓸려 시장에 계속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K3 Lab이 최근 현금화를 단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기 시장은 견조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잠재된 구조적 위험은 결코 작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회는 위기 이후에 온다. 지금은 방어적 관점에서 자산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물론 지금의 상승장이 올해 말까지 간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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