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위안 이하로 떨어진 위안화, 중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 Charles K

-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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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1월 2일
1. 패권 전쟁의 본질, 기술이 아닌 ‘자본’에 있다

최근 중국 위안화의 강세 흐름을 두고 시장은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내수 진작책’이라는 해석을 보여준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의 구조적인 소비 부진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수출 둔화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미국과 중국 모두가 알고 있는 정답은 바로 ‘유동성(Liquidity)’이다. 지금의 패권 경쟁은 AI, 빅테크,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 등 막대한 자본을 집어삼키는 산업들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 제조업 기반의 수출 이익금만으로는 이 거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며, 단기간에 내수 소비를 늘려 조달할 수 있는 규모도 아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조차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고민할 만큼, 이 전쟁의 핵심 연료는 결국 ‘자본’이다.
2. 환율의 재정의: 수출 방패가 아닌 자본의 ‘신호등’
이 지점에서 환율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환율이 수출 가격 경쟁력을 위한 도구였다면, 지금의 환율은 ‘글로벌 자본을 유혹하는 신호(Signal)’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아무리 화려한 산업 비전을 제시해도 통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는 나라에는 큰 자본을 묻어둘 수 없다. 환차손의 공포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화의 상향 안정화는 “중국에 투자해도 환차손을 입지 않는다”는 강력한 보증수표이자, 해외 자본을 중국이라는 거대한 저수지로 끌어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선결 조건이 된다. 중국이 수출 채산성 악화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3. 중국의 새로운 셈법: ‘낙수 효과’가 아닌 ‘자산 효과’
그렇다면 확보된 유동성은 어떻게 중국 경제를 살려낼까? 중국은 지금 부동산 침체로 가계 자산이 쪼그라들고 노동 소득이 정체된 ‘대차대조표 불황’의 입구에 서 있다. 이 상황에서 단순히 돈을 푼다고 지갑이 열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중국이 택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경로는 [자본 유입 → 자산시장 부양 → 자산 효과(Wealth Effect) → 소비 회복]이라는 우회로다.

즉, 위안화 강세로 해외 자본을 유치해 주식 등 자산 시장을 먼저 띄우고, 이를 통해 가계의 부를 회복시켜 자연스럽게 소비가 살아나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내수 회복은 정책의 출발점이 아니라, 성공적인 자본 정책의 ‘결과물’이 된다. 수출이 꺾이며 실물 경제가 흔들릴 때, 자산 시장이 버팀목이 되어주면 중국은 구조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구조개혁 뿐일까? 이를 미중 패권 분쟁의 관점에서 조금 더 미래를 생각해보자. 만약 중국으로 글로벌 자본이 성공적으로 유입되고, 그 자본을 기반으로 AI와 빅테크 분야에서 실질적인 기술 경쟁력이 확보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자본 유입 → 자산시장 회복 → 자산소득 증가 → 소비 진작이라는 경로가 작동하면서, 중국은 강력한 내수시장과 패권 경쟁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중국은 더 이상 수출 의존 국가가 아니다. 내수라는 안정적인 수요 기반 위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리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는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라 성장 모델의 전환이 완성되는 순간에 가깝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중국이 자본시장, 기술력, 내수를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묶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의 금융·기술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달러 중심 자본 질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과거만큼 강력하게 작동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즉, 위안화 강세를 통한 자본 유입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이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을 구조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이 환율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가능성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4. 위험한 줄타기, 그리고 다가오는 유동성의 파도
물론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환율이 너무 빠르게 오르면 자산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수출 기업들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이 끊임없이 구두 개입을 하며 환율의 방향은 위쪽으로 잡되, 속도는 철저히 통제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 ‘속도 조절’에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위안화 강세는 미·중 양국이 글로벌 자본을 누가 더 오래 붙잡아 두느냐를 겨루는 ‘유동성 전쟁’의 서막이다. 중국이 이 전략을 통해 내수 기반의 기술 강국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다면, 이는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이 될 것이다.
투자자인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명확하다. 미국도 중국도 체제 유지를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산 가치를 지켜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는 조만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자본의 장(Super Cycle)이 열릴 수 있다는 강력한 예고편과도 같다. 유동성이 폭발한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 26년은 우리에게 투자자로서 가장 큰 기회와 위기를 보여주는 한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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