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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동 순방, 중국 봉쇄선이 완성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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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져오고 있는 AI 시대의 핵심은 전기다. 이는 AI가 작동하는 원리를 살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현재의 생성형 AI를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에서 수백만 MWh의 전력이 필요하며, 실제로 지난 11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관악·연건 캠퍼스의 2023년 전력 소비는 약 23만5420MWh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2022년 AI 연구 등이 본격화되면서 처음으로 20만 MWh를 넘었다”며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전력에다 공대 자체 플랜트를 모두 가동해도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즉, AI는 전기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냉각과 물, 그리고 인프라 – 보이지 않는 자원의 전쟁

이뿐 아니다. 연산 과정에서 필요한 냉각 설비와 물 역시 무시할 수 없으며, 결국 AI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이를 떠받칠 수 있는 에너지 수급과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는 재생에너지가 아닌, 안정적인 기저 전력인 원자력과 석유가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AI 산업을 주도하려는 국가들과 기업 입장에서 이처럼 대규모 에너지 수요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경영 이슈가 아니라 전략 그 자체다. AI가 실질적으로 탄소 에너지 위에 구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의 안정성과 가격은 AI 패권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며, 이 맥락에서 중동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지정학적 중심축으로 다시 부상한다.


포스트 오일에서 포스트 칩으로 – 중동의 전략 전환

중동은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대의 탄소 에너지 보유지이며, 동시에 AI 수요국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실제로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은 적극적인 정책과 자본 투자를 통해 AI 산업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센터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그들의 ‘포스트 오일’ 전략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과거에는 석유를 팔아 선진국의 기술을 수입하던 구조였다면, 이제는 에너지를 기반으로 미래 기술 생태계를 중동 내부에서 구축하려는 시도들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매우 불편한 도전이자 동시에 중요한 기회다.


AI에 가장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이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자 하는 수요국.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중동은 지금, AI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가장 결정적인 전략 요충지로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동 방문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그저 투자 유치나 협력을 위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미국식 AI 생태계 수출과 중국의 기술 확장을 원천 차단하려는 지정학적 행보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중동 순방은 명백히 패권 다툼의 연장선에 있다. 왜 트럼프는 이번 방문에서 엔비디아, 시스코, AMD 같은 미국의 AI 핵심 기업들과 함께 메가딜을 추진했는가. 이 거래가 단순한 상업적 행보였다고 보기엔 타이밍도, 구성도, 메시지도 너무 명확하다. 이는 지정학적 맥락에서 보면 명백히 전략적인 AI 봉쇄선 구축이며, 미국 주도의 기술 질서 확장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의 기술은 빠르지만 문제가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 흐름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역시 딥시크를 포함해 다양한 AI 기술 기업들이 등장하며 빠른 산업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한계를 안고 있다.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기술이다. 중국의 AI 기술은 상당 부분 미국 기술에 의존해 왔다. GPU, 반도체, 대형 모델 알고리즘 등 핵심 인프라는 여전히 미국이 장악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체 개발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술뿐 아니라 에너지 문제도 더 심각하다. AI 산업을 지탱할 만큼의 전력 인프라가 중국 내에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며,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와 중동에서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수입해야만 하는 구조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중동을 선점한다는 건, 중국이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공급선을 직접적으로 흔드는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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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AI 산업은 기술과 에너지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수요가 있어야 한다. 고부가가치 AI 기술은 상당한 가격과 유지 비용이 필요하기에, 사실상 이를 구매할 수 있는 국가는 북미, 동북아, 유럽 일부 선진국 정도로 한정된다. 문제는 이 국가들의 대부분이 친미권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더라도 그 기술을 활용해줄 글로벌 수요 시장이 봉쇄된다면, 결국 내수 중심의 AI 생태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기술력은 있어도, 시장과 에너지를 잃는다면 그 의미는 퇴색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보완해줄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중동이다.


중동, 중국의 마지막 고리였던 이유

중동은 중국 입장에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지역이자, AI 산업의 잠재적 수요를 창출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파트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트럼프의 중동 방문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는 기술, 에너지, 수요라는 삼각 구조가 동시에 끊겨나가는 위기 상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기술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고, 에너지는 봉쇄되며, 수요마저 미국에 의해 선점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AI를 만들어도, 돌릴 에너지가 부족하고, 팔 곳조차 마땅치 않게 되는 구조 속에 갇히게 된다.


AI는 이제 전략 자산이다 – 투자자의 시야 전환

이제 이 흐름을 투자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자. 지금의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패권 구조의 핵심 열쇠가 되어버렸다. 기술, 에너지, 지정학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이 흐름을 읽지 못하면 AI 관련 투자도 방향을 잡기 어렵다. 미국은 기술을 통제하고 있으며, 중동과 같은 전략 요충지를 통해 에너지 유통과 수요 창출 구조까지 자신 쪽으로 끌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 구조 속에서 미국은 달러와 금융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반면 중국은 기술은 성장시키고 있지만, 에너지 수급과 글로벌 상업화를 위한 수요 확보에 구조적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중동이 있다.


앞으로 중동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히 지역 뉴스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과 AI 산업, 나아가 패권 구조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중동을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가 기술을 밀어주고, 기술이 질서를 만들며, 그 질서 속에서 자본이 움직이는 이 구조 속에서, 중동은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을 읽는 것이 곧, 투자자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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