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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실적발표와 베이시스 트레이드 관점으로 4분기 전망

최종 수정일: 11월 17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폭락의 이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융시장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 특히 국채시장과 레포시장의 관계부터 다시 바라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들어가보자. 현대 금융시스템은 국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국채는 예금의 대체물이자 달러 유동성의 핵심이며, 금융기관의 자산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담보다. 그런데 국채는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동시에 거래되며, 두 시장 간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이 작은 비효율이 바로 ‘베이시스’이며, 이 차이를 레버리지로 확대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베이시스 트레이드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예를 들어 현물 국채가 98달러이고 3개월 뒤 만기인 선물이 100달러라면, 헤지펀드는 현물을 98에 매수하고 선물을 100에 매도한다. 만기 때 현물이 100에 수렴하면 현물에서 +2의 수익이 발생하고, 선물은 약정가격에 맞춰 100에서 청산되므로 손익이 거의 없다. 결국 선물 가격이 현물 대비 비싸게 형성된 그 차이(2달러)가 전략의 수익 원천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헤지펀드가 국채를 현금으로 매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물 매입에 필요한 돈은 모두 레포, 즉 국채를 담보로 빌리는 단기대출을 통해 조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구조적으로 “레포 유동성 기반 초레버리지 전략”일 수밖에 없다.

레포시장은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현금을 빌리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현금을 공급하는 핵심 플레이어는 크게 두 종류뿐이다: 은행과 MMF(머니마켓펀드)다. 은행은 준비금(Reserves)을 보유하며 단기·초안전 운용을 위해 레포를 활용한다. 그러나 은행은 SLR·LCR 같은 규제 때문에 레포 대출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 규제가 타이트해지면 은행의 레포 공급은 줄어든다. MMF는 시장 단기금리를 좌우하는 또 다른 거대한 현금 공급자다. MMF는 고객 자금을 초단기·초안전 자산인 T-bill이나 레포에 투자하며, 시장금리의 작은 변동에도 자금을 빠르게 재배분한다. 즉 레포시장의 현금 공급은 “은행 + MMF” 두 축에 의해 결정된다. 이 둘이 동시에 움츠러드는 순간 레포금리는 급격히 치솟는다.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유동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전략은 금리 방향에 베팅하지 않는다. 대신 현물과 선물 간의 가격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0으로 수렴한다는 구조를 활용한다. 그런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레포로 현금을 빌려야 한다. 헤지펀드는 국채를 자기 돈으로 사지 않는다. 매일매일 레포로 조달해 포지션을 유지한다. 따라서 레포금리가 안정적일 때는 베이시스 스프레드에서 조달비용을 빼고도 ‘거의 확정적인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레포금리가 오르거나 유동성이 줄어들면 상황이 급격하게 바뀐다. 초레버리지 포지션은 유동성 충격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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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R - IORB>

유동성이 사라지면 첫 번째로 나타나는 현상은 레포금리 급등이다. 은행과 MMF가 현금 대여를 주저하는 순간 레포시장에 현금 공급이 마르기 시작하고, 수요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공급이 줄면 현금의 가격(=레포금리)이 급등한다. 2019년 9월에는 레포금리가 단 하루 사이에 2배이상 치솟은 적이 있었다. 두 번째 문제는 조달 불가에 따른 마진콜이다. 레버리지가 30~60배까지 걸린 포지션은 현물 국채 가격이 0.5%만 움직여도 엄청난 손실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추가 증거금 요구로 이어진다. 마진콜을 충족하지 못하면 헤지펀드는 현물을 시장에 내다팔 수밖에 없다. 모두가 동시에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국채 가격은 폭락하고 금리는 급등한다. 금리 급등은 다시 레버리지 포지션에 충격을 주어 더 큰 마진콜을 부르고, 국채 매도가 연쇄적으로 터지며 시장은 패닉으로 빠진다. 이것이 바로 2020년 3월 국채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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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시장 혼란은 곧바로 선물시장과의 가격 괴리를 확대하며 베이시스 스프레드를 더 벌린다. 스프레드 확대로 인해 기존 포지션은 더 큰 손실이 생기고, 청산 압력이 강해지며 전략은 단순한 헤지펀드 손실이 아니라 ‘국채시장 전체의 유동성 붕괴’로 이어진다. 국채는 가장 안전하며 가장 유동적인 자산이어야 하지만,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시스템적으로 쌓이면 오히려 국채시장의 취약성을 확대한다. 국채가 기초자산이라서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이 사라질 때 가장 먼저 요구되는 담보자산이 국채”이기 때문에 국채시장이 정반대로 붕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준비한 안전장치가 바로 SRF(Standing Repo Facility)다. SRF는 국채를 담보로 즉시 현금을 빌릴 수 있는 연준의 상설 유동성 창구다. 시장 레포금리가 불안정해질 때 은행과 딜러가 이 창구를 사용해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SRF를 이용하는 기관에게 ‘유동성 부족 기관’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는 점이다. 월가의 딜러들은 체면과 관계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실제로 필요해도 SRF 사용을 꺼려왔다. 이 때문에 SRF는 존재하지만 잘 쓰이지 않는 비유효적 도구로 남아 있었다.

최근 뉴욕연준이 프라이머리 딜러들을 비공식적으로 불러 회의를 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준은 딜러들에게 “SRF 사용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했고, “지금은 체면보다 시스템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기술적 권고처럼 보이지만, 실제 속뜻은 훨씬 명확하다. “지금 시장 유동성이 위험한 수준까지 낮아졌으니, 다 같이 SRF를 적극 활용해 시스템의 준비금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다. 즉 연준은 SRF를 단순한 비상장치가 아니라 ‘일상적인 유동성 백업’으로 자리잡게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는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단기금리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연준이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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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레포 유동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은행과 MMF가 공급하는 현금이 원활히 흘러야 포지션 유지가 가능하고,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전략은 곧바로 청산 압력에 직면한다. 청산은 국채 매도로 이어지고, 국채 매도는 금리 급등을 낳으며, 금리 급등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불안정성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레포금리 스파이크는 단기자금시장 전반을 마비시키고, 베이시스 트레이드의 손실은 시장 전체로 확산된다. 연준이 SRF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즉 레포–베이시스–유동성–SRF의 고리는 오늘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며, 어느 하나가 흔들리면 전체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최근의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결국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 시장까지 흔들어 놓았다. 최근 셧다운으로 시장에 풀리는 돈이 제한되고 정부의 TGA계좌로 돈이 흡수되면서 이런 현상이 매우 심각해졌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헤지펀드들이 무리하게 확대해온 베이시스 트레이드로 돌아간다. 이 전략은 레포 유동성을 기반으로 초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달 금리가 조금만 흔들려도 포지션 유지가 어렵다. 다시 말해,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 문제다. 헤지펀드들은 이 전략에 자본의 상당 부분을 넣어두었고, 만약 레포 조달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마진콜을 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비핵심 자산’, 즉 하부자산부터 정리해 현금을 확보한다. 이때 가장 먼저 매도된 것이 바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그래서 최근 셧다운 이후 단기자금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렸을 때, 가상화폐 시장이 동시에 급락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심리 요인이 아니라 유동성의 함정 안에 걸린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시장은 언제 반등할 수 있을까? 답은 명확하다. 단기자금시장의 회복이 먼저다. 최근 연준이 프라이머리 딜러들과 SRF(Standing Repo Facility) 논의를 위해 직접 만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기 레포시장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고, 준비금 부족을 막기 위해 SRF 사용을 ‘정상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지준금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열렸다는 뜻이며, 이는 시장 전반의 단기 충격을 완화한다. 여기에 셧다운이 해제되면서 TGA에서 자금이 시장으로 방출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재정이 움직이면 유동성은 살아난다. 동시에 대기 중인 두 가지 이벤트—연준의 양적완화(QE) 가능성,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2000달러 배당금 이슈—역시 유동성 확장 신호라는 점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이번 주 19일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이다. 최근 단기자금시장이 흔들리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었고, 그와 함께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 바로 ‘AI 버블 논란’이다. 유동성이 막히면 먼저 꺾이는 것이 고평가 성장주이고, 그 가운데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엔비디아였다. 투자사들도 조심스러워졌고, 시장의 자금 흐름이 AI 섹터에서 약간 멀어지는 조짐이 나타났다. 하지만 엔비디아 실적이 기대보다 좋게 나오면 상황은 단숨에 뒤집힐 수 있다. 유동성은 스토리를 가장 빨리 따라간다.

 시장이 다시 AI 서사를 확신하게 되면 기관들의 자금은 다시 기술·반도체 쪽으로 유입되고, 이는 단기자금시장에서 시작된 스트레스를 되돌리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결국 AI 섹터가 회복되면 시장 전체 유동성 심리가 안정되고, 그 유동성이 다시 가상화폐 시장으로까지 흘러가며 반등을 이끈다.

즉 지금 시장이 겪는 조정은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유동성 기반 구조적 충격이며, 그 충격의 끝단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동시에 흔들린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유동성이 돌아오는 순간 가장 빨리 반응할 자산도 가상자산이다. 단기자금시장 회복 → SRF 활성화 → TGA 자금 방출 → 유동성 기대 확장(QE·재정) → 엔비디아 실적에 따른 AI 재평가와 투심 회복. 이 흐름이 정리되면 시장은 다시 유동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전고점을 뚫고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투심이 명확히 바뀌어야 한다. 이번주 엔비디아 이후 시장장세가 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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