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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미국 신용등급 강등, 트럼프 다음 조치에 시장은 결정될 것이다.



2025년 5월 14일, 미국과 중국은 각각 145%에 달하던 고율 관세를 30%, 10% 수준으로 조정하고 90일간의 유예에 합의했다. 시장은 이를 휴전으로 받아들이며 안도 랠리를 보였고, 일부는 이를 종전으로 가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종전의 서막이라기보다, 양국 모두에게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선택된 전략적 휴전일 가능성이 크다. 그 핵심 배경에는 양국이 직면한 물가와 성장의 이슈가 놓여 있다.








먼저 미국을 보자. 미중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라 기술, 에너지, 자본, 상품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충돌이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미국 중심의 생산과 중국 중심의 소비 구조를 역전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단기간에 달성될 수 없다. 중국 역시 독자적인 전략 목표가 있고, 그 목표는 미국의 설계와 충돌한다. 결국 양국 모두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유예 기간은 본격적인 충돌을 앞둔 준비 시간이다. 미국은 이 기간 동안 중국산을 대체할 생산국들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관세전쟁이 불러올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에 대비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 한다.


중국 역시 이 90일을 단순한 휴전이 아닌 전면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로서, 특히 중동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및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미국의 기술 봉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 측면에서도 중국은 베트남, 한국, 아프리카 등과 협력해 ‘중국산’ 꼬리표를 제거한 우회 수출 구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달러 결제망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결제망과 금 보유 확대 등 다양한 금융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요컨대 중국은 기술, 에너지, 무역, 금융 등 다방면의 전선을 동시에 보강하며 다층적 방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처럼 양국은 관세전쟁이 불러올 물가 충격과 성장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에 돌입했지만,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등장했다. 바로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다.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 불안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이에 따라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자본조달 비용을 높이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대중국 전면전을 위한 정책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변수다.


결국 미국은 이 충격을 빠르게 흡수하고, 국채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수단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첫 번째 옵션은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완화다. 은행이 미국채를 보유할 때 부담하는 자기자본 요건을 완화하면, 은행들은 국채를 더 적극적으로 매입할 수 있고, 이는 국채 수요를 증가시켜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낳는다. 두 번째는 연준에 대한 압박이다. 연준이 직접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다. 물가 안정과 연준의 정책 완화 신호는 트럼프-파월 회동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는 외국 자금의 유치다. 일본, 중동 등 전통적 국채 수요국에 외교적 또는 무역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국채 매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조치의 목적은 명확하다. 전면전을 위한 국채시장 안정,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부의 효과와 소비 진작을 통해 내수를 떠받치고, 고비용 전략인 관세전면전을 실행할 수 있는 거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현재 자산시장은 극도로 민감한 상태이며, 정책 신호가 지연될 경우 금리는 다시 오르고 자산시장은 급격한 조정을 맞을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전략 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시장은 지난주와는 전혀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 미중 관세합의 이후 잠시 나타났던 훈풍은 사라졌고, 시장은 다시 미국의 다음 액션을 기다리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만약 다음 조치가 시장 친화적일 경우 반등의 계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당한 조정을 각오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러한 국면이 관세전면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 투자자에게는 현금 비중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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