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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런던 협상, 서머랠리의 서곡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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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장은 ‘이상한 강세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세 협정은 지지부진하고, 물가와 고용 모두 불안하다. 미국 10년물 채권금리는 이미 4.5%를 넘어 고점을 위협하고 있으며, 달러는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는 수많은 지표와 언론 보도에서 매일 확인된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은 강하다. S&P500과 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빠르면 이번 주 내로 고점을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온다. 이 괴리는 단순한 심리 요인으로 설명되기엔 구조적이다. 일부는 투자 심리로 분석하지만, K3 Lab은 이 현상의 기저에 ‘약달러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불안’이 깔려 있다고 본다. 지금 미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미국은 지금 패권국으로서 결정적인 갈림길에 서 있다. 그 갈림길의 반대편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있다. 미중 간의 힘겨루기는 관세 전쟁이라는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고, 그 진행 상황이 고스란히 달러 약세와 채권 금리 상승이라는 현상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지금의 강세장은 ‘건강한 상승’이 아니라, 미국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불안 속의 상승’이다.


트럼프가 그리고 있는 패권 전략은 과거의 금융 자본주의가 아닌, 제조업 중심의 실물 국가다. 이는 강한 중산층과 고용 기반을 복원하고, 군사력과 외교적 지렛대를 다시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결국 산업이 성장하면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그 자금이 달러를 강하게 만들며 다시 미국의 금융 패권을 공고히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제조업 인프라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공급망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약달러는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감세 정책까지 추진되면서 국채 발행은 늘어나고, 채권금리는 더 오르고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 동력은 없고, 재정은 악화되며, 달러에 대한 신뢰는 흔들린다. 약달러 고금리라는 조합은 ‘약한 미국’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구조 속에서 미국이 중국과 정면충돌에 나서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강한 미국, 즉 물가가 안정되고 산업과 금융이 정렬된 시점이 돼야 비로소 중국과의 전략적 일전이 가능하다. 시장 역시 이를 감지하고 있다. 지금 시장이 상승하는 것은 낙관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시장은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오늘 런던에서 열리는 미중 협상이다.

이번 협상은 형식적 만남처럼 보이지만, 현재 미국의 전략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의 진전이 나올 가능성은 크다. 만약 협상이 진전된다면 가장 먼저 반응할 국가는 중국의 경쟁국들인 일본, 한국, 독일 등이다. 이들은 미국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관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더 빠르게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미중 협상의 진전은 단순한 양국의 문제가 아니라 다자간 관세 협정의 촉매제가 된다.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시장에는 안정감이 퍼지고,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 다시 몰려든다. 그렇게 형성된 달러 강세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공급망 회복과 맞물려 연준의 금리 인하 여지를 넓힌다. 최근 연준 부의장도 관세가 일정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달러 + 유동성 공급 + 관세 안정’은 미국이 원하는 구조다. 이 조합은 물가 하락과 소비 여력 회복을 유도하고, 제조업 투자와 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 시점에서야 비로소 트럼프가 말하는 ‘강한 미국’이 실현된다. 다시 말해 지금의 미중 협상은 협상이 목적이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구조로 글로벌 질서를 전환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각국을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시장의 자금 흐름을 바꾸며, 미국 중심의 산업-통화-안보 동맹을 형성하려는 시도다. 이 모든 흐름의 기점이 바로 오늘 런던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협상은 ‘결과보다도 방향성’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시장은 상방을 시도하며 사상 최고점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반대로 협상이 결실 없이 끝나면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금의 시장은 이 협상을 전환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불안한 강세장을 넘어, 구조적 전환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가르는 순간. 시장은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고, 미국 역시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오늘 런던에서의 미중 협상은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니라, 패권의 방향을 가늠하는 신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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