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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축소와 방산 확대에 나선 유럽, 이런 자산이 수혜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던 유럽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유럽병'이라는 말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수십 년간 유럽은 성장이 아닌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고, 정부 재정에서 발생하는 유동성의 대부분은 생산이 아닌 분배, 즉 ‘평등한 삶’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 결과 근로 의욕은 점점 약화되었고, 경쟁력은 하락했으며, 성장 잠재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것이 바로 유럽병의 본질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유럽이 변하고 있다. 변화의 촉매는 트럼프였다. 유럽은 이제 복지 축소와 재정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며, 본격적으로 방위산업에 유동성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안보 대응으로 치부할 수 없는 전환이다. 방산 확대는 트럼프의 ‘미국 중심주의(MAGA)’가 촉발한 글로벌 전략 재편의 연장선이며, 오히려 미국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유럽의 역할 변화에 대한 답변이다. 복지를 줄이고 자원을 재배분하는 유럽은, 트럼프가 꿈꿨던 이상적인 파트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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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복지 축소는 단순한 긴축 정책이 아니다. 제한된 자원을 가장 시급한 곳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며, 그 시급한 곳이 바로 방산이다. 러시아의 위협은 가시화되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냉전 이후 평화에 안주해온 유럽 안보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유럽 각국은 이제 전차, 포탄, 드론, 탄약, 군수물자 등 실질적인 전쟁물자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물자들은 기존의 철강, 기계, 전기, 운송산업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정부 자금이 투입되면 광범위한 산업 재편과 고용 창출, 단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 성장이 '진짜 성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산은 본질적으로 2차 산업 기반이다. 첨단기술 중심의 고생산성 산업과는 결이 다르다. 유럽은 에너지 자립이 불가능한 구조 위에 놓여 있고, 저렴한 전력 없이 AI나 반도체,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산업을 발전시키기엔 기반이 취약하다. 이미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저렴한 가스 공급망이 붕괴된 유럽은, 지금 미국산 LNG로 이를 대체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비용이 높은 유럽에서 첨단 산업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방산 외 산업의 고도화가 어려운 이유다.

이처럼 유럽의 유동성 공급은 중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적 경기부양에 가깝다. 그런데 이 점이 미국에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진 중이며, 향후 수년간 5조 달러 이상을 풀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국가채무 부담을 확대시키고, 달러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 달러가 약세로 가면 미국의 글로벌 금융 패권은 흔들린다. 그런데 유럽이 자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유로화를 약세로 만들면, 미국은 자국 내 유동성을 더 공격적으로 공급해도 달러 가치를 방어할 수 있다. 유럽발 유동성은 곧 미국 달러의 방어막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유럽은 이제 미국의 수출 시장이 되고 있다. 방산의 현대화는 필연적으로 AI, 반도체, 드론 등 첨단기술에 대한 수요를 수반하며, 대부분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다. 유럽 각국이 군사 현대화를 추진하면 할수록, 그 재료는 미국산이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갈등이 미국 제품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에너지 역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유럽의 산업이 가동될수록 미국의 가스, 석유, 고급소재 수출은 늘어나고, 이는 미국 무역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결국 지금 유럽은 자발적으로 미국의 패권을 방어해주는 동맹이자, 미국 경제의 하위 공급망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감세로 푼 자금을 관세만으로 메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유럽이 자발적으로 달러 가치를 방어해주고, 미국산 자원을 대량으로 구매하며, 미국 제품의 수요처가 되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그림은 없다. 트럼프가 유럽의 분열과 재편을 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 결과 지금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유동성 공급은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고, 이는 미국산 제품 수요로 이어져 미국 경제에도 활력을 주고 있다. 동시에 한국, 중국, 중동 등 여러 국가가 자국 사정에 맞게 유동성을 확대하는 구간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동시에 돈을 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즉각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지금은 리스크 자산에 올라타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시점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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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은 여전히 밸류 부담을 안고 있다. 고밸류 부담은 상대적으로 나스닥과 S&P500같은 고밸류 자산에서 밸류가 낮은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고, 바로 이 흐름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고위험 자산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일정 시점까지 지속될 수 있다. 밸류가 기대를 초과하는 순간까지는 말이다. 다만, 8~9월 미국이 현금 확보를 위해 대규모 단기채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시점에는 유동성에 일시적 제약이 생길 수 있다. 9월 금리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시장은 빠르게 반등하겠지만, 여전히 미국발 유동성 리스크는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은 축제를 즐기되, 현금화를 병행해야 할 전략적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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