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채권자경단까지.. 2024년 엔캐리 청산보다 강한 충격이 올까?
- Charles K

- 7월 29일
- 3분 분량
최근 미국과 일본의 정책 기조를 보면, 2024년 8월 5일 당시와 뚜렷한 공통점과 동시에 극명한 차이도 보인다. 하지만 보다 우려스러운 건, 이번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8월 5일을 되돌아보자. 당시 시장은 미국의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었고, 연준(Fed)은 한두 차례가 아닌 복수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다. 반면 일본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일본은행(BOJ)은 7월 30~3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했고, BOJ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명확히 언급했다. 이처럼 미국은 완화, 일본은 긴축이라는 스탠스의 차이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시발점이 되었다.

<일본 10년물 금리>
당시 일본은 성장세가 강했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둔화 국면에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금리차 축소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급격히 떨어뜨렸고, 일본에서 차입해 미국에 투자되던 자금이 급속히 회수되며 자산시장에 단기적 패닉 셀이 촉발됐다. 다행히 양국 중앙은행은 빠르게 시장 안정 발언을 내놓았고, 투자자들의 기대를 관리함으로써 '심리적 리밸런싱'에 성공했다. 위기는 일단 봉합되었고, 이후 시장은 반등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투자자들은 다시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은 ‘심리’가 아닌 ‘구조’의 문제
2024년 당시에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었고, 바이든 행정부는 자산시장의 혼란을 방치할 수 없는 정치적 동기가 있었다. 일본 또한 미국과의 공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국보다 미국의 전략에 발을 맞췄다. 그러나 2025년의 트럼프 행정부는 그와 정반대의 동기를 갖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 아젠다는 기술패권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그 자금은 장기국채 발행 → 금리 하락 → 저비용 조달의 구조로 확보된다.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작동하는 것이다. 더불어 미국은 기술과 무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달러 가치는 낮추고, 동맹국의 통화는 강세로 유도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팔고, 일본은 사주는 그림이 필요한 것이다.
이 전략은 일본에도 반영된다. 강한 엔화는 고금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일본 내부 사정도 긴축을 부추기고 있다. 2025년 6월 기준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 코어 CPI는 3.7%에 달한다. 반면 기준금리는 고작 0.5%다. 실질임금은 줄고, 국민의 불만은 커진다. 정치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일본 역시 금리를 올려야 할 동기가 매우 분명한 상황인 것이다.
금리 역전의 가능성과 채권자경단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결과, 5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매입을 약속했다. 이는 기존 부채에 더해 대규모 국채 발행을 수반하는 추가 부담이다. 여기에 4차 산업 투자 자금까지 고려하면, 일본은 채권 시장에 상당한 물량을 쏟아내야 한다. 그러나 채권금리는 오르고 있고, 이를 감내할 수 없는 보유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채권자경단’이다.
채권자경단은 시장 금리와 괴리된 가격에 불만을 가진 채권 보유자 집단이다. 이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채를 매도할 것이고, 이는 금리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일본이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는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이번에는 단순 ‘패닉’이 아닐 수 있다
이 모든 조건을 종합하면, 미국은 폭력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 하고, 일본은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즉, 미일 간 금리차는 급격히 줄어들거나 심지어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최근 미국이 타결한 관세 협정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15~20%의 고관세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미국의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국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금리가 낮아진다면, 엔캐리 청산 조건은 완벽히 갖춰지는 셈이다.
2024년에도 그 충격은 컸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4만 1천 → 3만 5천까지 급락했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30~60% 수준의 하락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때는 미국과 일본 모두 ‘브레이크를 밟을 동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 반대다. 양국 모두 정책을 밀어붙일 동기가 충만하다.

<nikkei>

<ETH>
투자 전략: 지금의 상승은 ‘현금화 구간’일 수 있다
이제 투자자는 단순한 단기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리프라이싱’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은 아직 상승 중이지만, 이 시점은 오히려 현금화와 사이클 재편 준비에 적합한 시기다. 심각한 신호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 조정은 작년보다 훨씬 더 깊어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전략적 대응이다. 지금의 유동성 랠리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다. 이번에는 진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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