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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의 폭발적 유동성, 써클의 역할은?

헤지펀드가 레포시장에서 달러를 차입해 국채를 사들이고 선물을 매도하는 전통적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여전히 시장의 기본 구조로 존재한다. 다만 이 전략이 과거처럼 ‘무위험 차익’으로 인식되기는 어려워졌다. 금리 변동성의 확대, 규제 강화, 그리고 자본비용의 상승은 예전보다 정교한 운용을 요구하고 있고 바로 이런 이유로 위험도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곧 다른 형태의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기존 구조가 약화된 만큼, 새로운 유동성 경로와 결제 인프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에 대한 설명은 이전 보고서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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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빠르게 중심으로 부상한 존재가 써클(Circle)이다. 써클은 은행이 아니지만, 금융 인프라의 한 축으로 기능한다. USDC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달러 결제망은 레포 시장의 기능을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그 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유동성 레이어를 만든다. 과거에는 은행을 통해야만 달러가 움직였다면, 이제는 기관들이 커스터디 계좌와 온체인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USDC를 확보하고 운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의 이동 속도는 빨라지고, 청산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담보 관리의 효율성도 한층 높아진다.


즉, 써클은 전통 금융의 역할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그 구조를 더 유연하게 확장시킨다. 과거의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국채–레포–선물’이라는 폐쇄적 사슬 위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국채–USDC–파생’으로 이어지는 개방형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헤지펀드는 은행 레포를 병행하면서, 온체인 환경에서도 유동성을 조달하고 포지션을 관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본이 움직이는 경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결제와 담보 이전이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USDC 인프라는 24시간 가동되며, 거래소·기관·프로토콜 간 자금 이동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과거 하루 단위로 정산되던 구조가 초 단위로 단축되면, 동일한 자본이라도 회전율이 높아지고, 유동성의 활용도는 커진다. 이런 속도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레버리지의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변수다. 결제 속도가 빨라질수록 자본의 체류 시간이 짧아지고, 이는 곧 더 많은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USDC는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시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단기국채나 머니마켓펀드가 온체인으로 이전되면서, 이들 자산의 이자와 원금이 USDC로 정산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채–RWA 토큰–USDC로 이어지는 새로운 유동성 사슬이 만들어진다. 헤지펀드는 달러를 USDC로 전환해 RWA 토큰을 매수하고, 이를 담보로 다시 USDC를 빌려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레포의 디지털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같은 구조지만, 결제 인프라가 달라짐으로써 더 빠르고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진다.


이 구조에서 레포 시장은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온체인 레이어가 그 위에 얹히며 전체 유동성의 기반을 넓힌다. 전통 금융이 안정성과 신뢰를 제공한다면, 써클은 속도와 접근성을 제공한다. 이 둘이 결합되면, 자본시장은 더 넓고 다층적인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헤지펀드는 국채 기반 레버리지와 디지털 달러 기반 레버리지를 병행하며, 각 환경의 금리와 스프레드를 조합해 새로운 형태의 차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자본의 흐름을 설계하는 방식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은행 계좌가 자금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프로토콜과 API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투자자는 여전히 달러로 거래하지만, 그 달러가 흐르는 통로는 훨씬 다양해지고 투명해졌다. 써클은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표준화된 결제 언어로 묶으며, 글로벌 달러 유동성의 새로운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써클의 등장은 ‘레포의 종말’이 아니라 ‘유동성의 확장’을 의미한다. 은행 기반의 구조는 여전히 금융시장의 근간이지만, 이제 그 위에 디지털 결제망이 덧씌워지고 있다. 이중 구조는 단기 유동성의 효율을 높이고, 실물자산의 토큰화를 촉진하며,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운용을 한층 정교하게 만든다. 앞으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금리차뿐 아니라 결제 속도, 담보 효율, 온체인 조달비용까지 고려하는 복합 구조로 진화할 것이다.


이렇게 레포가 창조하는 신용에 더해 가상세계도 신용을 창조하게 되면 유동성은 곱절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이 많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자본주의 시대에서 주력 주식들의 자산가치가 구조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이며, 동시에 가상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관련 자산들의 폭등을 예고한다. 결국 우리의 투자의 방향이 여기에 있는 이유다. 레포와 써클이 디지털의 이전보다 더 큰 신용을 창출할 때, 그 교차점에서 다음 세대의 자본 성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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